열린우리 "기호 2번 탐나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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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오전 국립현충원. 정동영 의장 등 전날 선출된 지도부의 첫 공식 일정 자리다.

"전라도는 원래 오리(기호 2번의 모양을 빗댄 말)를 찍잖아."

열린우리당 김덕규 의원이 갑자기 총선 승리를 위해 '기호 2번'이 도움이 된다는 말을 꺼냈다. 동행 의원 대부분은 "그게 쉽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60석)과 열린우리당(47석)의 총선 기호가 바뀌려면 민주당 의원 7명 이상이 무더기로 옮겨와야 하기 때문이다.

불과 2주 뒤인 26일 열린우리당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민주당 의원 추가 탈당에 대해)지금은 언론이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것"이라며 보안까지 주문하는 상황이 됐다. '얘기가 나가면 오려던 사람도 못 온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 지지도가 1위로 나타난 것이 분위기 반전의 기폭제가 됐다. 당초 이런 구상에 부정적이었던 신기남 상임중앙위원 등 강경파들도 돌아서고 있다. 辛위원은 "(민주당 의원 영입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오면 나쁠 거야 없지 않으냐"고 했다.

여권 곳곳에서 물밑작업의 조짐도 감지된다. 정동영 의장의 한 측근은 "민주당 의원 쪽에서 먼저 의사 타진을 해오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鄭의장 본인도 이날 민주당 의원들의 흔들림에 대해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하면 저쪽을 자극할 테니 안 되고…"라고 운을 뗐다.

청와대 한 핵심 인사는 "이르면 다음달 중 늦어도 공천 마무리 전에는 상당수 민주당 의원이 열린우리당으로 옮겨오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민주당 내 호남 물갈이가 어려워져 당내 갈등이 증폭되는 상황으로 가면 이탈 의원수가 10명 이상으로 늘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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