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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북한 先특사 조건완화 이렇게 본다-황병무.이호재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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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부는 北-美3단계회담을 위해서는 남북특사교환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조건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이 결정이 있기 전 先특사교환 철회는 美國이 북한의 요구를 수용, 우리측에 검토를 요청해온 것으로 찬반 의견이 정부내에서 뿐 만 아니라 전문가 사이에서도 크게 엇갈렸다.李昊宰(高麗大).黃炳茂(국방대학원)교수의 의견을 소개한다.
[편집자註] 北韓은「완전한 핵투명성 보장」을 自衛權침해로 믿고 결코 양보할수 없다는 것 같다.이 경우 수십번 특사를 교환하고 설사 남북정상회담이 열려도 핵문제는 해결될수 없다.
러시아.中國과의 동맹관계가 전혀 믿을 수 없게되어 고립상태인北韓정권은 핵개발 포기를 선언할 수 없을 것이다.自衛權을 내세우는 北韓내의 강경파들의 저항 때문에 金日成도 국제적 압력에 순응하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이스라엘도 한때 국제적 압력 때문에 핵개발 포기를 선언하려 했으나 강경파들의 自衛權 주장 압력 때문에 핵무기보유 여부를「지하실에 핵무기를 둔 것」같은 모호한 핵정책을 고수하며 국제사찰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파키스탄의 핵무기 개발도 한때 국제적으로 큰 문제였으나 지금은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北韓의 경우도 예외가 아닌것 같다.어떤 국제적 압력에도 北韓이 핵개발을 포기할 가능성은없다.北韓은 스스로 군사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거나 다른 국가와의 외교관계에서 충분한 보상 혹은 확실한보장이 주어져 핵무기가 더이상 필요없을때 후퇴할 것이다.
北韓이 美國.日本에 요구하고 있는 것은 경제협력과 국가 승인이다. 정권의 존속을 보장할수 있는 국제적 조치없이「핵투명성」만 확보하려는 것을 北韓은 흡수통일의 음모,혹은 목조르기로 의심하고 있다.우리로선 도덕적 입장에서 혹은 감정대로「완전한 핵사찰」을 거부하는 北韓을 여러가지 방법으로 응징하고 싶 다.
버마 아웅산의 만행,KAL機 폭파사건때는 지금보다 더 北韓의만행을 응징하고 싶었다.그러나 응징하지 못했다.우리가 힘이 없고 싸울 줄 모르는「비겁자」였기 때문이 아니라 平壤이 불바다가되면 서울도 불바다가 되는 전쟁을 피하기 위해 서였다.그때 우리는 잘 참았다.北韓핵 논쟁에서 韓國의 한계는 북한과 전쟁을 할수 없고,해서도 안되는데 있다.
정부의 외교안보팀내 혼선과 일관성 잃은 정책도 근본적으로 이한계점에서 비롯되는 면이 많다.北韓의 핵투명성 보장이 아무리 중요해도 그때문에 전쟁도 불사한다는 식으로 나갈수는 없기 때문이다.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를 빠져나가 는 길은 무엇일까. 南北은 핵논쟁으로 감정이 격화되어 있어 상호신뢰감을 회복하는데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지금이라도 가능한한 빨리 對北 經協문제와 핵문제를 분리하는 것이 옳다.
北韓핵 문제는 美國과 北韓,그리고 국제적인 사건이 되어 韓國의 역할이 한정되고 있다.北韓과 美國의 관계개선.경협등 많은 문제와 함께 핵문제가 논의되는 과정에 南北특사교환은 별 의미가없고,팀스피리트훈련 재개도 北韓의 태도만 더욱 경직시킬 것이다.아직 우리가 주체적으로 해볼수 있는 영역은 경제협력에 남아 있다. 핵문제에 집착할수록 남북협상의 주도권은 美國에 넘어가고南北대화는 계속 논쟁장이 될 뿐이다.경협과 美.日의 北韓승인이남북관계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믿는다.과감한 정책전환만이 남북한 민족에게 새시대를 맞게 할 것이다.
북한 핵시설 재사찰을 촉구하는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 발표 이후 북한의 태도변화를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정책당국은 3단계 北-美고위급회담 전제조건으로 내건 남북특사교환의 실효성을둘러싼 논의를 벌이고 있다.
북한외교부는 의장성명이후 강경대응보다는 北-美간의 3단계 회담 개최와 그 전제조건인 남북한 특사교환을 연계하지 않을 경우국제원자력기구의 추가사찰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美國은 북한의사 수용이 현 국면을 타개하는 유일한 현실 적 방안임을 들어 한국에 검토를 요구해온 것으로 보인다.
북한제의의 수용론자들은 핵긴장국면 타개를 위해 북한이 국제사찰을 수용하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 현실적 정책대안이며,북한이원하지 않는 남북대화를 개최해봐야 그 결과는 비관적이라는 점을이유로 들고 있다.
수용 불가론의 근거는「先특사」의 고리를 풀때 남북대화가 지연됨은 물론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에 대한 국민여론의 비판을 면할 수 없을뿐 아니라 북한의 전쟁협박에 다시 한국만 양보하는꼴이 되어 차후 對北협상에서의 입지를 약화시킨다 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북한핵으로 인한 한반도 긴장국면의 우려와 핵 조기타결의 이유 때문에 남북특사교환 조건을 재고한다는 것은 시기적으로나 핵문제 타결전망 면에서나,그리고 對北협상전략 측면에서현명한 조치가 아니다.
유엔 안보리의장 성명엔 남북한 대화 재개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의장성명이 구속력이 없다고 하지만 한국이 주장했고 중국도 동의했다는 점에서 국제적 합의가 형성된 대목이다.
둘째,날이 갈수록 모호해지고 있는 美國의 對北 핵정책 목표다.작년 11월 미국은 클린턴대통령이 말한『북한이 한개의 원자탄도 개발하도록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원칙하에서 북한에 대한 핵투명성 보장을 추구할 것인지,아니면 북한이 한두개 의 핵폭탄을갖는 것을 허용하되 핵확산금지체제에 완전 복귀하고 이미 보유한핵폭탄이나 핵기술을 제3국에 이전하지 않을 것을 보장받는데 둘것인지가 불분명하다.
후자일 경우,미국의 對北전략은 강압보다는 유화적일 수 밖에 없고 北-美간의 핵 게임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한국은 이러한 미국의 불투명한 對北핵 전략에 방관만 할 수 없으며 이기간에 남북대화를 공백상태로 남겨둘 수 없다.국민정서도 정부의 태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셋째,북한핵 문제는 美.北을 주요 행위자로 국제원자력기구와 한국을 비롯해 중국.일본이 개입,또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다자협상구도를 지닌다.
美-北,日-北관계개선과 남북한 관계개선을 연계시키는 기존 정책의 일관성을 전제로 한다면 美.日.中에 대한 카드가 필요하다. 北-美 3단계회담과 남북한 특사교환의 동시실시에 관한 고려도 최대한 북한의「서울 불바다」론에 대한 사과 또는 취소를 전제로 하거나,최소한 북한의 先제의에 우리측이 검토하는 모양새를갖추어야 한다.선제양보가 북한의 양보를 유도할 것 이라는 기대는 더이상 가져서는 안된다.
의장성명이 시사한 재사찰 수용시한인 4월말까지 우리는 북한의태도변화를 예의주시해 볼 필요가 있다.그후 필요하다면「先 특사」조건의 융통성있는 적용을 재고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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