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약세로 美 예술품시장 활황 신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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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달러 약세로 미국 예술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지면서 미국 예술품 경매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26일 보도했다.

세계 40개국에서 2천9백개 경매업체의 거래가를 조사하는 아트프라이스닷컴은 "전세계 예술품 거래액은 환율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며 "달러가치 하락은 뉴욕의 예술품 거래량을 늘리고 유럽의 판매액을 줄인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달러는 유로화에 비해 17%, 영국 파운드화에 대해서는 8.6% 하락했다.

유로 강세와 함께 예술품 보험료가 폭등하면서 대서양을 건너 미국 시장으로 건너가는 유럽 예술품 가격이 더욱 비싸졌다. 반면 미국의 예술품 애호가들의 수요는 여전해 유럽 대신 미국의 관련 시장을 달구고 있는 것이다.

예술품 가격지수인 메이-모지스 지수에 따르면 뉴욕 경매시장에서 거래되는 예술품 가격은 지난해 20% 상승했다. 2002년엔 5% 하락했었다. 또 아트프라이스닷컴은 뉴욕시장의 예술품 거래금액이 8.3% 늘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전세계의 예술품 거래금액 증가율(1.5%)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덕분에 일부 투자자들은 지난해 예술품 단기 보유를 통해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피카소 작품인 '한 남자의 머리(Head of a Man)'의 거래가는 2002년 2만9천달러에서 지난해 4만2천달러로 올랐으며, 로댕의 조각품인 '영원한 봄(Eternal Spring)'은 2002년 19만9천달러에서 지난해 28만8천달러로 뛰었다. 지난해 가장 높은 거래가를 기록한 작품은 소더비 경매에서 2천6백만달러에 거래된 구스타브 클림의 '아트제의 시골집(Landhaus am Attersee)'이었다.

한편 전반적인 미술품 시장은 지난해 불황이었다고 아트프라이스닷컴은 지적했다. 그림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근대 미술과 19세기 그림 가격은 지난해 하락했고 거래량도 감소했다. 지난 해 프랑스 인상파 화가의 작품가격은 5%, 미국 인상파 화가의 작품은 24% 하락한 반면, 현대미술은 22% 올라 관심을 끌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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