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강태공 75%가 가족눈치-월간 낚시춘추 의식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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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한국 낚시꾼의 아내들은「휴일과부」인가.최근 낚시전문지 월간『낚시春秋』가 국내 낚시계 사상 처음으로 전국 낚시인 1천5백명을 상대로 의식성향을 설문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낚시꾼의 75%가 가정과 낚시 사이에서 갈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현재 우리나라 낚시인구는 줄잡아 4백만명.따라서 그중 3백만명이주말이나 휴일만 되면『낚시를 갈 것이냐,가정을 지킬 것이냐』 하는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셈.
조사에 따르면 낚시꾼들이 가정을 탈출하는 방법도 각양각색이다.낚시터로 떠나면서 겪는 「갈등 해소법」 가운데 으뜸은 적당한말로 아내나 가족을 다독거리고 떠나는 애교파(33.6%),다음주 휴일은 무조건 가정에 봉사하겠다고 다짐하는 공약형(32.9%)이 차지했다.그러나 아내의 「바가지」에 구애없이 훌쩍 떠나버리는 전형적인 가부장적 강경파도 14.2%나 됐으며,선물 등으로 선심공세를 펴는 낚시꾼들도 7.9%로 적지 않은 편이었다. 주말이나 휴일이면 으레 친지중에서 관혼상제등 경조사가 있게마련.이럴 경우 낚시꾼들중 25.2%가 빨리 다녀와서 출조하거나,아내나 가족을 대신 보내고 낚시를 즐기는 경우(29.7%),혹은 낚시를 다녀와서 경조사에 참여(13.4%) 하는 등 절반 이상이 「극성낚시파」인 것으로 나타났다.
낚시경력으로 보면 조력(釣歷)이 많을수록「친척집 큰일」보다는낚시에 집착을 보이는 점이 두드러져 조력 10년 이상의 낚시꾼들은 아내 또는 가족을 대신 보내고 낚시터로 줄행랑치는 비율이높아 경조사와 낚시라는 취미 사이에서 갈등을 겪고 있다.
다음으로 낚시인들은 주로 뭘 잡으러 다닐까.민물낚시중 주로 잡는 어종은 역시 월척으로 이름높은 붕어(48.5%)가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다.그 다음으로는 잉어(23.8%),향어(16.1%),은어(1.1%)의 순.바다낚시의 경우는 감성돔(42.
4%),우럭(10.8%),벵어돔(9.5%),농어(9.3%),참돔(5.5%)을 주로 잡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낚시를 취미로 갖게 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서는 1위가 정신건강(43.5%)에 좋기 때문,2위가 낚시터의 조용한 분위기가 좋아서,3위가 여가선용(20.0%)등으로 답변한 반면 사교와 친목이 목적이라고 대답한 사람은 3%에 불과했다.
따라서 낚시는 골프처럼 사교적인 취미로는 큰 의미를 갖지 못함을 보여줬다.특히 직업별로는 건축업종사자가「낚시터의 조용한 분위기」를 으뜸으로 꼽아 시끄러운 건축현장이나 작업장에 대한 탈출본능을 낚시로 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연 우리나라 낚시꾼들은 낚싯대를 몇개나 갖고 있을까.응답자가운데 가장 많은 낚싯대를 갖고 있는 사람은 총1백50여대로 나타났으며 평균 13대를 갖고 있다.또한 낚시경력이 많을수록 낚싯대를 많이 갖고 있어 조력20년 이상의 경우 평균 18대의낚싯대를 소유하고 있다.낚시장비면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국산낚시장비의 품질이 열등하면서도 값이 비싸 외국제품을 즐겨 사용한다는 낚시인들이 62%나 되는 것으로 나타나 국산낚시제품의 품질향상과 가격경쟁력 확보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특히 외제장비중 일본제품이 94.6%나 차지했다.
〈李順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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