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 '후보'를 주목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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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5일 한화는 장중 한때 6만6700원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전날 한화건설이 일본계 펀드인 오릭스가 보유하고 있던 대한생명 지분(17%) 인수를 발표한 것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다. 이번 인수로 한화그룹은 대한생명의 최대주주가 됐다. 증권가에선 이를 한화가 지주회사 체제 재편을 위해 행동에 나선 것으로 평가한 것이다. 지주회사 전환이 증권가의 큰 테마가 되고 있다. 시장의 평가는 후한 편이다. 주가도 큰 폭으로 오르기 일쑤다. 올 들어 이미 SK그룹.CJ그룹.한진중공업그룹 등이 지주회사로 전환했다.

◆지주회사 전환은 계속된다=동양종금증권 황규원 연구원은 "한화건설의 대생 지분 인수는 지주회사 전환의 서막"이라며 "한화는 내년 초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대한생명 지분 16%를 추가 인수해 금융지주회사 추진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목표주가를 6만5000원에서 8만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지주회사 전환 때까지 사서 보유하는(바이&홀드) 전략을 권했다.

4일 SBS도 주주총회에서 기업분할을 의결하면서 사실상 지주사 체제 전환을 확정했다. 삼성증권은 "이번 분할로 방송법상의 제약으로 인해 못 했던 사업을 지주회사 산하에서 할 수 있게 됐다"며 "또 50% 범위 내에서 SBS홀딩스를 외국인이 매수하는 게 가능해져 수급에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올 상반기 지주회사로 전환했거나 시도한 기업들의 주가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업황 호황과 맞물려 두산은 연초 이후 세 배 가까이 상승했다. 지주회사 전환 기대감에 SK(분할 전)의 주가는 꾸준히 상승했다.

◆남은 '대어'는=관심은 앞으로 지주회사로 전환할 기업에 쏠리고 있다. 현재 자산 규모 10조원 이상 그룹 가운데 지주사 전환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은 곳은 삼성.현대차.롯데.한진.현대중공업 등이다.

삼성그룹의 경우 소요 자금 문제로 지주사 전환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만약 전환한다면 삼성물산이 핵심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한다. 삼성전자 지분(약 4%)을 삼성생명 다음으로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현금 흐름이 좋고 사업 포트폴리오별 자금 배분 구조가 양호한 현대모비스가 지주사가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롯데그룹에 대해선 롯데쇼핑.호텔롯데.롯데제과 등이 예상 지주사 후보군이며 상황에 따라 2개 이상의 지주회사가 부각될 수도 있다는 것이 한화증권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지주사 전환이 반드시 주가 상승으로 연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한화에 대해서도 대우증권은 "대한생명 가치는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며 목표주가 5만8800원을 유지했다. 우리투자증권은 "핵심 자회사의 사업 전망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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