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가는 NGO] 학생운동 했던 선후배 이젠 시민운동 '어깨동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나이가 들면서 20대의 뜨거운 열정을 고스란히 지키고 살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외로운 그 길에도 동반자가 있으면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진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정원철(34)부장과 김건호(33)간사는 같은 대학 같은 과 1년 선후배 사이다. 대학시절의 학생운동과 사회생활로서 시민운동이라는 같은 길을 함께 걷고 있다.

경실련이 출범 14년 만에 처음 마련해 지난해 12월 입주한 서울 동숭동 사옥에서 최근 이들을 만났다.

한국외대 정외과 90, 91학번인 이들은 대학에서 교지편집위원장(정).과학생회장(김)을 맡았던 적극적인 '운동권 학생'이었다.

'합법적인 공간에서 대중운동을 하겠다'란 생각으로 1998년 경실련 공채에 도전했던 정씨가 후배 김씨에게 같은 길을 권했다.이유는 두 가지였다.

김씨가 졸업 이후에도 사회발전을 위한 '의식'을 줄곧 유지하고 있었다는 게 첫번째 이유였다.

두번째는 박봉 등 현실의 어려움 속에서 살아야 하는 시민운동가를 이해해줄 김씨 아내에 대한 믿음에서였다.

"월급이 1백만원에도 채 미치지 못하거든요. 안사람의 이해와 배려 없이는 상근 시민운동가가 되기는 힘들지요."

정.김씨는 학창 시절 만난 동료와 결혼했고, 각각 여섯살과 네살 된 아들을 하나씩 두고 있다. 정씨의 아내는 논술교사를, 김씨의 아내는 이벤트 PD로 가계를 실질적으로 꾸리고 있다.

2000년부터 간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씨의 현재 소속부서는 서울시민사업국. 서울시의 정책에 대한 감시와 대안 제시가 주된 영역이다.

김씨는 "이명박 시장이 저돌적인 행정을 펼칠 때가 많아 시민단체의 견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정책실.기획실 등을 거쳐 현재는 통일협회 부장을 맡고 있다. 99년에는 가전제품.의약품 등의 무자료 거래 실상을 파헤쳐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평생 시민단체에서 상근자로 일할 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둘은 "하지만 시민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운동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지영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