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인출기 이용 경찰서로 오세요-현금노린 강도로부터 보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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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美國 대도시의 치안이 날로 악화되면서 일부 도시에서는 일반고객용 현금자동인출기(ATM)를 아예 경찰서 안에 설치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시카고에서 가장 범죄가 잦은 잉글우드 지역 제7지구 경찰서는 지난 연말 현금자동인출기 1대를 서내에 설치했다. 이는 현금인출 고객을 노린 강도를 줄이고,소액현금 이용자인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금융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시의회 의결에 따라 이뤄졌다.
또 로스앤젤레스 시의회는 최근 현금자동인출기 30대를 경찰서안에 설치토록 하는 계획을 승인,곧 LA지역 경찰서 로비마다 현금인출기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시카고 제7지구 경찰서 민원창구 앞 로비에 설치된 인출기 위에는『경찰이 2 4시간 보호하고 있으니 돈을 찾으실 때 불안해 할 필요가 없습니다』라고 쓴팻말이 놓여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가 고객의 불안감을 없애주지는 못하고 있다.몇달전 경찰서 근처의 옥외 현금자동인출기에서 돈을 찾다가 1백달러를 털린 경험이 있는 쇼나 잭슨양은『경찰서 바로 옆에서 범죄가 일어나는 판이니 경찰서 안이라고 안심할 수 없다』고 말한다. 제7지구에서는 막상 위험을 감수하고 현금인출기를 이용하려 해도 기계를 찾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잉글우드 지역에는 인출기가 몇대 남아 있지 않은 것이다.현금인출때 뒤에서 총을 들이대고 돈을 빼앗아가는 강도가 빈발,이용객이 줄고 있는데다 현금을 노린 인출기 훼손사고도 적지 않아 은행측이 인출기를 철거해버렸기 때문이다.
경찰서에 현금자동인출기를 설치하게 된 것은 지역 교육훈련기관인 먼로재단이 지난해 『범죄가 판치는 이 지역에서도 다른 지역처럼 금융거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제안한 것이 계기가 됐다.
재단측은 마킷 내셔널 은행을 설 득,6개월 시험가동 조건으로경찰서에 인출기를 들여놓았다.이제까지 거래건수는 한달 4백50건 정도로 당초 목표인 월 1천건에 크게 뒤지고 있다.
이를 홍보부족 때문이라고 판단한 은행측은 경찰서 앞뜰에 나부끼는 성조기 옆에 현금인출점을 표시하는 초록과 흰색의 은행깃발을 내걸었다.곧 네온사인 간판도 설치할 예정.
〈郭漢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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