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 2세들의 하이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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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순혈주의는 없다. 17세 이하(U-17) 월드컵 축구대회 4강에 오른 스페인과 독일이 주는 교훈이다.

세르비아계 스페인 선수 보얀 크르키치(FC 바르셀로나)와 콩고계 독일 선수 리차드 수쿠타-파수(바이엘 레버쿠젠)는 나란히 팀내 최다골(4골)을 기록하며 팀의 4강행을 이끌었다.

?검은 독일전차=2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독일-잉글랜드의 8강전. 후반 11분 수쿠타-파수의 추가골로 독일이 2-0으로 앞서자 독일 응원단은 '대~한민국' 박수에 맞춰 "수쿠~타파수"를 연호했다.

흑인 선수를 향한 독일 관중의 환호는 낯설다. 독일은 2002년 가나 출신 게랄트 아사모아가 대표팀에 뽑히자 인종차별 발언을 쏟아낼 정도로 폐쇄적이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났고, 독일도 변했다.

수쿠타-파수는 독일 부퍼탈에서 콩고 이민 2세로 태어났다. 고향팀(그룬-바이스 부퍼탈)에서 축구를 시작한 그는 2000년 레버쿠젠으로 스카우트 됐다. 17세지만 독일 U-19 대표팀에서도 뛰고 있다.

◆발칸산 이베리아 특급=이번 대회 참가 선수는 모두 504명. 개막 전부터 세계의 이목은 두 명의 초특급 공격수에 꽂혔다. 1골에 그친 브라질 룰리나는 팀의 16강전 패배와 함께 짐을 쌌지만 보얀은 개막전에서 2골, 북한과 16강전에서 또다시 2골을 쏘아 올렸다. 프랑스와 4강전 동점골도 상대 골키퍼가 간신히 쳐낸 보얀의 중거리슛이 출발점이었다.

세르비아 축구선수였던 보얀의 아버지는 레드스타 베오그라드에서 활약하다 스페인으로 건너와 터를 잡았다. 스페인에서 태어난 그는 1997년 아버지가 바르셀로나 스카우트로 들어가면서 바르셀로나와 인연을 맺었다. 스피드, 발 재간, 골 결정력 어느 하나 흠잡을 데 없는 그는 99년부터 2005년까지 7년간 바르셀로나 유소년팀에서 800골 이상을 기록하는 득점력을 과시했다.

올해 초 바르셀로나 1군에 승격한 보얀은 4월 데뷔전인 알-알리(이집트)전에서 데뷔골까지 뽑아냈다. 그는 5월 유럽 예선 결승에서 잉글랜드를 1-0으로 꺾는 결승골을 넣었고, 곧바로 스페인 U-21 대표팀에도 뽑혔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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