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평가받기 꺼리는 교수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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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공립대 교수들이 2일「전국 국.공립대학교수협의회」정기총회에서 교육부의 연구보조비를 거부하기로 결의했다.
지난달 교육부가 국.공립대 교수들에 대해 연구.봉사활동등 실적에 따라 올해부터 증액된 1백88억원의 연구보조비를 차등 지급하겠다고 밝힌데 대한 정면 대응이다.
『연구실적이 기업체의 생산품처럼 구체적으로 드러나는게 아니고수년,심지어 사후에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지급기준이 아무리 합리적이더라도 결국 교수사회의 심한 갈등을 초래할 것』이라는 등의 주장과 함께 일률적인 1백% 인상을 요구 했다.
좋게 해석하자면 학문연구의 다양한 속성을 무시하고 겉으로 드러난 실적위주로 서열화하려는데 대한 불만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소위「學者의 권위」를 돈으로 평가받을 수 없다는 자존심도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다.
최근 경쟁력이다 뭐다 해가며 교수평가제니,대학종합평가 인정제니 하는 새로운 제도들이 성역처럼 여겨지던 교수사회를 자꾸 몰아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 결의가 자신들에 대한 외부의 평가나 시각은 별로 고려하지 않은 것같아 유감이다.
연구비를 똑같이 나눠먹는(?)보수정도로 여기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지금 절박하게 일고 있는 교육개혁 바람의 방향을 제대로느끼지 못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弱肉强食의 국제화시대에서 국가경쟁력을 이끌 최고 두뇌집단을 키우는 곳이면서도 그것을 구성하는 세가지 축 모두가「부실한 학교」「노는 대학생」「무능한 교수」등의 신통찮은 평가를 받아온게우리의 대학이다.
그래서 대학부터 거듭나야 하며 그를 위해 대학간.구성요소간 경쟁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지 오래다.
공부를 얼마나 하는지 늘 감시당하고,외부의 연구비를 따내 학교에 일부 내놓아야 교수직을 유지할 수 있는 외국 사례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실적도 없이 연구비타령이나 하며,심지어 제자의논문까지 도용하는 교수들이 있는한 경쟁을 통한 차별화는 필요하다. 「대학교수」라는 신분만으로 무작정 존경받고 모셔지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실력있고 노력하는 교수들에게 국민의 세금으로 연구비를 좀더 주겠다는데 반대할 명분은 없다.반대로 능력도 없이 안주하려는 교수들이 도태돼 강단을 떠난다고 해서 사회는 아무런 동정도,미련도 갖지 않는다.
「널려있는게 박사」라고 할만큼 많은 젊고 유능한 교수후보들이이들 낡은 선배들 때문에 썩고 있다는 점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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