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박경화씨, 식지 않는 축구 사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원로 축구인 박경화(65)씨는 매일 오전 4시에 일어나는 '아침형 인간'이다. 그는 4시부터 두 시간 동안 자료를 정리하고 원고를 쓴다. 예순을 넘어 책을 쓰기 시작한 朴씨는 지금까지 무려 12권의 축구 서적을 펴냈다. '축구실전학'과 '내가 생각하는 축구-지코 편'에 이어 '축구 클리닉'이란 이름으로 아홉권의 시리즈를 냈다. 실전용 전술과 유소년 지도자를 위한 지도법, 경기 규칙에 대한 내용 등이다.

최근에는 축구 기술과 규칙 등을 만화를 곁들여 알기 쉽게 정리한 '눈으로 보는 축구교실'을 펴냈다. 朴씨는 이 책 3천5백권을 전국의 초등학교 선수들에게 무료로 나눠줄 예정이다.

"학원축구 지도자들과 선수들이 너무 공부를 안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어요. 국내에 제대로 된 축구 이론서가 없는 상황에서 나라도 책을 써야 할 것 같았죠."

朴씨는 1959년 제1회 아시아청소년선수권 대표로 선발된 것을 시작으로 국가대표 선수와 코치를 역임했고, 카타르와 일본에서 지도자로 일했다. 82년부터 96년까지 15년간 모교인 배재고 감독을 맡아 박진섭(울산 현대).송종국(페예노르트) 등 국가대표를 길러냈다.

국제심판으로 각종 국제경기에서 활약하기도 했다. 그는 축구인생을 돌아보면서 '좋은 선수'를 뛰어넘어 '훌륭한 선수'를 키워야 한다는 철학을 갖게 됐다고 한다. '훌륭한 선수'는 테크닉과 체력 등 '좋은 선수'의 조건에다 '지능'과 '페어플레이 정신'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朴씨는 칠순이 되는 5년 뒤까지 모두 16권의 책을 쓸 작정이다. 16번째 책은 축구 백과사전이 될 거라고 한다. "칠순잔치 때 16권을 세트로 묶어 손님들에게 선물할 생각입니다. 축구로 평생을 산 사람이 후배들에게 남기는 것으로 이만한 게 있겠어요."

글.사진=정영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