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분 회견하고 자료·CD 돌린 뒤 "보지도 않고 듣지도 않고 말하지 않는 게 국정원 원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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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협상 참여 이유는.

"인질이 20여 명으로 국민 생명이 중요했다. 현지 이야기를 듣고 바로 지침을 내려야 하는데 통신시설이 미비해 예상하지 않은 상황이 생겼을 때 연락하기 힘들었다. 탈레반은 빨리 대답하라고 하는데 (우리 측이) 못 하자 인질을 추가 살해하겠다고 말했다. 남자 1명, 여자 1명의 명단을 제시했다. 이름도 알려왔으나, 쇼크를 받을 가능성이 있어 밝히지는 않겠다."

"(옆에 앉은 선글라스 쓴 국정원 요원을 가리키며) 이 친구가 설득을 참 잘했다. 김선일 테러 이후 테러 전문가를 중점적으로 육성했다. 현지인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언어다. 이 친구는 영어와 파슈툰어, 이란어를 잘한다. 중동 전문가로 맞춤형 협상가라 할 수 있다."

-협상의 최고 대표였느냐.

"잘못된 보도다. 그렇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부대표의 보스(상관) 정도로 해 두자."

-외신의 몸값 보도가 있는데.

"모르겠다. 탈레반도 몸값을 받지 않았다고 하지 않느냐. (몸값은) 잘못된 부분이다. 그렇게 내가 얘기를 드릴 수 있다. 협상 내용을 다 이야기할 수는 없다. 그만 하겠다. 국정원은 보지도 않고 듣지도 않고 말하지도 않는 게 원칙이다. 지금부터 말하지 않겠다."

(기자들에게 보도자료와 CD를 나눠준 뒤) 김 원장은 "인질 구출하러 가는데 비난하는 게 말이 되는가. 해외특파원들도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정부가 노력한 걸 격려해야 더 책임의식을 갖고 일할 수 있다. 국가관 갖고 잘 써달라"고 요청했다.

다음은 보도자료 요약.

'김만복 국정원장이 아프간 현지에서 인질 석방의 최종 협상과 타결을 직접 진두지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장은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던 8월 22일 아프간으로 출국했으며, 13일 만인 9월 2일 석방된 인질들과 함께 입국할 예정이다. 김 원장은 현지에서 협상팀과 동고동락하면서 협상 분위기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협상을 조율하기 위해 자신이 직접 현지를 찾아가기도 했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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