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칼럼] '내 고장 복지' 주민 힘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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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설을 보내면서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고 있다.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취업을 하겠다던 고3 소녀인 애화가 마음을 바꿨다. 서울예전에 도전해 보겠단다. 그동안 투자한 시간이 아깝다며, 성적은 안 되지만 실기로 부닥쳐 보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난 녀석의 활동에 필요한 휴대전화를 동두천 SK대리점 박성순 사장님의 도움으로 마련해줬다. 애화에게 "아저씨가 1년만 요금을 대납해 준다"고 했더니 고마움과 미안함이 얼굴에 가득하다.

혹자는 사람 망치는, 버릇 잘못 들인다고 할지 모르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애화는 아직 공부를 해야 한다. 그런데 휴대전화 요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다. 나는 그의 짐을 하나라도 덜어주고 싶다. 성공을 하건 못하건, 그건 애화의 몫이다. 나는 단지 기회를 줄 뿐이다. 어차피 준비하지 않고 시간을 허비한 사람에겐 기회란 없다.

또 하나의 희소식이 있다. 화장실조차 없는 지하실에서 생활하던 우리 '희망지킴이 천사운동본부'(동두천 소재)가 드디어 땅 위로 올라간다. 설 연휴가 지나면 이사할 것 같다. 막걸리를 놓고 고사라도 지내야지.

얼마 전엔 우리 본부에 경제적인 어려움을 호소해 왔던 시흥의 40대 임신부가 드디어 예쁜 공주님을 출산했다. 우리는 병원비와 생활보조금으로 1백만원을 지원했다. 시흥시 측에서도 관심을 갖고 도움을 주기로 했다.

사실 내 고장 복지는 우리가 책임진다는 생각이 절실하다. 이 나라의 복지 정책은 방방곡곡에 퍼지기엔 너무나 허약하다. 담당 공무원들도 강 건너 불구경하듯 상관과 동료들의 눈치만 보고 있다. 진정한 복지 국가는 나라의 정책이 아닌 소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만들어 간다. 새해에는 여러분이 거주하는 곳에 희망지킴이 천사운동본부(이름은 그 무엇이라도 좋다!)를 세워보면 어떨까.

이종삼 희망지킴이 천사운동총무관리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