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성명후 한미 북핵전략/대화분위기 최대한 살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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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특사교환 일정 잡히면 북미회담 먼저 열 수도/북 대화제의 기대 자극않으려 「팀」 논의도 자제
유엔안보리 의장성명이 채택된후 한미가 팀스피리트훈련 재개여부 결정을 미루고 북­미 3단계 회담의 전제조건인 남북한 특사교환 시기에 융통성을 두기로 한 것은 북한 핵문제 해결에 제재를 축으로 하면서도 안보리 조치에 따라 대화해결 가능성도 있어 그 분위기를 깨지 않기 위한 것이다.
이같은 한미의 입장은 안보리 의장성명 채택후 한승주 외무장관이 윌리엄 페리 국방장관,피터 타노프 국무차관 등과 잇따라 사후대책을 논의한 끝에 정리되었다.
특히 이날 브레인 스톰 형식의 한미 외무관계자들의 토론은 북한이 IAEA의 사찰을 안보리가 정한 사실상의 시한인 4월말까지 받을 경우와 이를 거부할 경우,그리고 중국 등 관계당사국들의 입장을 분석 평가하면서 가능한 시나리오를 검토했다.
한미는 우선 작년 4월 안보리 의장성명이 발표될 때는 중국이 피동적인 입장을 보였으나 이번에는 적극적으로 동참,결과적으로 같은 배를 탔기 때문에 중국의 역할에 큰 기대를 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북한이 IAEA의 사찰을 받도록 하는 방안을 중점 논의했다.
이와함께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다시 나올 경우 남북대화에 대한 양국 입장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팀스피리트훈련 재개문제도 이날 회의의 주된 관심사였다.
두나라는 북­미 3단계 고위급회담이 개최되기 위해서는 IAEA 사찰과 남북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하고 사찰이 이뤄지지 않을 때는 팀스피리트훈련 재개와 안보리의 추가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그러나 「팀」훈련 재개 시기결정은 북한의 태도변화를 더 지켜본뒤 최종 결정하기로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이는 안보리 의장성명에서 2월15일 북­미,북­IAEA의 합의사항이 아직도 유효하다고 선언한 만큼 한미 양국이 앞질러 이 훈련을 재개,합의내용을 깨뜨리는 일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안보리 의장성명을 발표한 것 자체가 북한의 태도변화를 유도,대화의 길을 모색하는데 목적이 있는 만큼 현 단계에서 이 훈련문제를 거론해 북한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미는 17일부터 19일까지 방한하는 페리 미 국방장관과 이병태 국방장관의 회담에서 이 문제를 최종 정리하기로 했다.
두나라는 이와함께 북한이 태도변화를 보여 사찰이 이뤄지고 3단계 회담의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남북대화,즉 특사교환 시기에 상당한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데 의견접근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는 그동안 북­미 3단계 회담전 특사교환 성사를 원칙적으로 지켜왔으나 북한이 진지한 접근을 해와 특사교환의 날짜가 확정되면 그전이라도 북­미 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것이다.
두나라가 남북대화에 다소 신축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은 북한이 남북대화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면 특사가 교환되어도 성과를 얻을 수 없고 핵문제의 실질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특사교환 시기의 양보는 「또 북한에 양보했다」는 강경파들의 목소리를 키울 수 있어 한국정부에는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한미는 내부적으로 이같은 방침을 정해두되 앞으로 상황을 보아가며 최종 방침을 정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은 또 북한과의 대화채널은 항상 열어둔다는 정책에 따라 뉴욕에서 미국이 북한과 접촉하고 대화시기를 모색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대화와 관련해 한 장관은 『우리측이 먼저 대화를 재개할 의사는 없으나 대화의 문은 항상 열어두겠다』고 말해 북한의 선 대화제의를 기대했다. 외무관계 회의에선 앞으로 중국의 역할을 분석하며 중국이 『큰 역할을 할테니 그 여건을 만들어달라』는 주문과 자신의 요구로 안보리 의장성명이 채택된 만큼 과거보다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은 앞으로 사사건건 북한의 방패막이는 되지 않을 것이란 느낌을 받았다는게 한미 당국자들의 공통된 얘기다.<워싱턴=박의준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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