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년을 기다렸다, 9월 송이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5호 28면

지구 상에서 가장 오래된 생물 중 하나인 버섯은 예로부터 영험이 깃든 겉모습에 맛과 영양도 빼어나 범상치 않은 식품으로 대접받았다.
이집트인은 신이 인간에게 보낸 선물로 여겼고, 남미의 인디언은 그 특이한 생김새가 번개와 닮았다고 생각했다. 로마의 네로 황제는 달걀버섯을 즐겼는데, 백성이 버섯을 채취해 오면 저울로 달아 같은 무게의 황금을 상으로 내렸단다. 또 불로장생을 꿈꾼 중국 진시황제가 찾아 헤맨 불로초는 영지버섯이었다고 전해진다.
 
버섯 중 으뜸으로 치는 송이
수천 년 전부터 식탁에 오른 여러 가지 버섯 중에서도 으뜸이요, 왕이요, 찬사 일색인 것이 바로 ‘황금 버섯’ 송이다. 값지고 귀하기로 이름난 만큼 생육조건이 어찌나 까다로운지 낮엔 26도를 넘어도 안 되고, 밤엔 15도 아래로 떨어져도 안 된다. 해가 너무 잘 들어도, 안 들어도 자라지 않는다. 솔잎이 소복이 쌓인 솔숲에서 난다지만 삼림이 지나치게 울창해도 안 된다. 게다가 한 번 채취된 곳에서는 절대 다시 나지 않는다니, 1㎏이 40만원에 달해도 없어 못 판다는 말이 이제야 와 닿는다.
먹을 때도 혹여 자연의 맛을 놓칠까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 결을 따라 살살 찢어 입에 물면 졸깃한 버섯이 머금은 솔향기가 코끝 아리도록 물씬하다. 이어 살짝 단맛이 우러나는 감칠맛을 보고 나면 입 안에 머금은 향기가 머리까지 올라온 듯 개운해진다.

무엇보다 맛이지만 영양 면에서도 나무랄 데 없다. 맛과 향을 좋게 해주는 구아닐산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준다. 칼륨과 철분이 다른 버섯류보다 10배 이상 많고 크리스틴이라는 항암 성분도 머금은 것이 송이다. '동의보감'도 “송이는 성질이 평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다. 매우 향기롭고 솔 냄새가 난다”며 버섯 가운데 제일로 쳤다.
우리나라에서 송이 주산지로는 태백산맥과 소백산맥 일대가 꼽히는데 강원도 양양·삼척·고성과 경북 봉화·울진·청송 등이 그곳이다. 특히 양양과 봉화의 송이를 최상품으로 친다. 태백산맥 기슭 동해를 접한 양양 송이는 산바람과 바닷바람을 번갈아 맞아 육질이 단단하고 향이 깊기로 일품이다. 결이 곱고 부드러워 사대부집 재목으로 쓰였다는 춘양목의 원산지인 봉화 송이도 소나무의 정기를 흠뻑 빨아들이고 돋아났으니 ‘산의 영물’이 아닐 수 없다.
 
날것 그대로 먹는 것이 최고
송이버섯의 그윽한 향과 감칠맛을 제대로 보려면 날것 그대로 먹는 것이 제일이란다. 갓 채취한 송이버섯을 흙만 툭툭 털고 길게 찢어 씹으면 흙 향기와 더불어 소나무의 알싸한 향이 입 안으로 훅 밀려든다.
요리를 한다면 양념은 되도록 쓰지 않고 너무 강한 불에서는 조리하지 않는다. 굵은 소금을 톡톡 뿌려 구운 송이를 참기름에 찍어 먹는다. 소고기나 해물을 넣고 볶아 먹으면 영양 가득한 보양식이 된다.
추석 전후로 한 달여밖에 먹을 수 없는 귀한 송이를 겨우 내내 먹으려면 보관에도 공을 들여야 한다. 씻지 않은 송이를 한 개 한 개 한지나 신문지로 싸고 랩으로 진공 포장해 급냉동시킨다. 2년 정도는 향을 유지할 수 있는데 냉동 송이는 진공 포장 상태로 찬물에 5분 정도 담그면 알맞게 해동된다.
지금쯤이면 어느 산기슭 솔숲에서 가을 맛이 들기를 기다린 송이들이 서늘한 바람을 맞으며 몽글몽글한 머리를 쑤욱 밀어 올리고 있을 터다. 가을 미각이 호사를 누릴 시간이 왔다.
 
호텔은 지금 송이축제 중
송이버섯은 워낙 비싸 일반 식당에서 맛보기가 쉽지 않다. 호텔들은 엄선된 상품 송이를 대량 구매해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으로 차려 낸다. 일식당에서는 깔끔한 구이를, 중식당에서는 영양 가득한 볶음요리를 주로 낸다.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의 일식당 ‘슌미’(02-531-6477)는 9월 3일부터 10월 31일까지 자연송이 코스요리를 내놓는다. 송이 샐러드·구이·튀김 등을 즐길 수 있는 두 가지 코스를 준비했다.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자연송이 덮밥 정식(5만원)도 있다.
프라자 호텔 중식당 ‘도원’(02-310-7345)은 송이 상어지느러미 찜(8만원),송이와 전복요리(11만5000원), 자연송이 볶음(9만원) 등 다섯 가지 일품요리를 9월 10일부터 10월 19일까지 선보인다.JW 메리어트 서울의 중식당 ‘만호’(02-6282-6741)는 자연송이 특선 요리로 구성된 세트 메뉴(7만~14만원)를 10월 말까지 선보인다.
리츠칼튼 서울의 일식당 ‘하나조노’(02-3451-8276)에서는 자연송이 샐러드·샤부샤부·소금구이 등이 포함된 점심코스(7만5000원)를 9월 30일까지 내놓는다. 저녁코스(15만원)와 자연송이 숯불구이(12만원), 자연송이 주전자 찜(3만5000원) 등 일품 메뉴도 있다.
세종호텔 일식당 ‘후지야’(02-3705-9240)는 아홉 가지 요리로 구성된 코스요리(12만원)를 10월 말까지 선보인다. 송이튀김(4만5000원), 송이버터구이(5만원), 송이죽(2만5000원) 등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단품도 있다.
웨스틴조선 호텔의 ‘베키아 앤 누보 델리’(02-317-0022)에서는 양양의 특상품 자연송이와 송이꿀, 송이주 등 다양한 특산품을 추석맞이 선물세트로 준비했다.
신라호텔 일식당 ‘아리아께’(02-2230-3356)는 10월 15일까지 봉화·양양의 엄선된 송이와 제철 식재료가 어울린 특선 요리를 선보인다. 송이덮밥, 송이 한우 전골냄비, 송이 도빙무시 등 다양한 요리로 구성된 세트(점심 8만5000원, 저녁 16만원)가 있다. 

_________
프라자호텔 중식당 ‘도원’ 유방녕 셰프의 ‘자연송이와 게살요리’
재료 송이 150g, 왕게살 150g, 닭 육수 2컵, 녹말가루, 청주, 소금 약간
만들기
1.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게살과 생강을 넣고 볶다가 소금으로 간을 한다.
2. 얇게 저민 송이에 청주를 넣어 볶아 낸다.
3. 볶은 송이에 닭 육수를 붓고 볶아둔 게살을 넣어 다시 한번 끓인다. 물 전분을 풀어 자작자작해지도록 농도를 맞춘다.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 일식당 ‘슌미’ 홍순도 셰프의 ‘자연송이 주전자 찜’
재료 송이 120g, 밤 10g, 생선 15g, 새우 15g, 은행 3개, 솔잎 3개, 가쓰오 다시물 250g, 청주 10g, 소금 2g, 간장3g
만들기
1. 군밤, 구운 생선, 새우, 은행과 알맞게 자른 송이를 주전자에 넣는다. 솔잎을 얹어주면 솔잎 향이 배어 더욱 맛이 좋다.
2. 주전자에 가쓰오 다시물·청주·소금·간장으로 만든 송이 다시물을 붓는다.
3. 주전자 입구를 단단히 봉하고 찜통에서 15분간 찐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