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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상승 지속될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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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호 23면

주식 투자자들에게 8월은 잠 못 이룬 달이었다. 열대야와 함께 덮친 주가 널뛰기는 투자자들의 숙면을 방해했다. 지난달 16일 코스피 지수가 하루 만에 125포인트 떨어지자 투자자들은 한숨을 토해냈다. 결국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재할인율을 낮춰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수습에 나섰고, 1600대로 급락했던 코스피 지수는 지난달 31일 1870선을 회복했다.

기관들 1900고지 앞두고 몸 사려

그러면 주가는 과연 예전의 대세상승 궤도로 완전 복귀한 것인가. 아니면 과도한 하락에 따른 일시적인 반등에 안도하며 휴식을 더 취해야 하는 것인가. 문제의 열쇠는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쥐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은 그동안 외국인의 계속된 매물 공세를 몸으로 막으며 주가 반등을 이끌어냈다. 서브프라임 사태가 주가를 짓누르기 시작한 지난달 10일부터 31일까지 15일간(거래일수 기준) 외국인은 거래소시장에서만 6조1091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 기간 기관투자가는 4조9711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상승 흐름 지속할까=반등 국면에서 저항선으로 여겨졌던 코스피지수 1800선과 1850선이 의외로 쉽게 돌파됐다. 증시 전문가들은 주가가 바닥을 확인했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한다. 우리CS자산운용 백경호 사장은 “반등 국면에서 주가가 떨어질 때는 조금 떨어지고 오를 때는 많이 올랐다”며 “이는 전형적인 강세 국면의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그래서 증시 일각에서는 코스피지수 1900선 돌파는 시간문제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란 시각이 우세한 편이다.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조재민 사장은 “코스피지수가 1900선 근처에 도달하면 팔자 물량이 대거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당분간 지수는 1750선에서 1950선을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우리CS 백 사장도 “서브프라임 사태에 국내 투자가들이 내성(耐性)이 생겼다”면서 “그렇지만 서브프라임 문제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닌 만큼 언제든 여진이 시장을 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코스피지수 1900선에서 대기하고 있는 매물이 상당할 것으로 본다”며 “주가는 전고점인 코스피지수 2000선을 넘어서기까진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이 같은 진단은 코스피지수 1900~2000 사이에서 대량 거래가 이뤄졌던 점을 감안한 데 따른 것이다. 즉 지수가 1900선을 넘어 2000선에 도달할 때까지 뒤늦게 증시에 뛰어들었다가 평가 손실을 보고 있는 사람들이 투자 원금을 건지는 시점에서 증시를 빠져나갈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코스피지수가 1900선을 뛰어넘은 7월 12일부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운 7월 25일까지 9일(거래일수 기준) 동안 주식형 펀드에 모두 4조5333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하루에 평균 5037억원씩 쏟아져 들어온 셈이다. 이는 7월 26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의 하루 평균 유입자금 3169억원보다 60%나 많은 규모다.

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은 “비록 미국 부시 대통령과 벤 버냉키 FRB의장이 지난달 31일 서브프라임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이런 호재성 소식이 나올 때를 주식 매도 시점으로 활용하려는 투자자도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심스러운 기관투자가=국내 최대 자산운용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구재상 대표는 코스피지수가 1600대로 주저앉았을 때 공격적으로 주식을 사들였다. 당시 구 사장은 “주식이 너무 싸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은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대 폭으로 떨어진 지난달 16일과 17일 이틀 동안 1조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그랬던 구 대표는 지난달 31일 “세계적으로 봤을 때 한국 주식은 여전히 비싼 편은 아니지만, 이제는 주식시장에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할 시점인 것 같다”고만 밝혔다. 그의 발언은 분명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않은 셈이다. 마이다스에셋 조 사장도 “펀드에 자금이 계속 들어오는 만큼 운용사들은 주식을 살 수밖에 없다”면서도 “공격적으로 주식을 사기보다는 많이 오른 종목은 팔고, 상대적으로 덜 오른 종목을 사들이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우리CS 백 사장도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기관투자가들은 이달 18일로 예정된 미 FRB의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FOMC의 금리인하 여부에 따라 향후 주가 향방이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KTB 장 사장은 “미국이 금리를 낮추면 코스피지수는 1900선을 무난히 통과할 것”이라며 “IT 관련주들이 미국의 금리인하 혜택을 많이 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번 달에 발표될 미국의 8월 경기 지표도 눈여겨봐야 할 변수. 지난달 발표된 7월 지표는 좋았다. KTB 장 사장은 “서브프라임 사태가 본격화된 8월의 경기 지표가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에 따라 시장의 행보가 달라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역시 중국 관련주=증시의 전반적 흐름이 소강 양상을 보이더라도, 재료와 실적을 겸비한 개별 종목들은 활발한 움직임을 보일 전망이다. 특히 주가의 반등 국면을 주도하고 있는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요즘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는 종목이 관심거리다. 최근 기관들은 철강·조선 등 중국 관련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본격화된 지난달 10일부터 31일까지 기관투자가들은 포스코 주식을 5497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역시 중국 관련주인 현대중공업(순매수 금액 3813억원)도 많이 샀다. <표 참조>

이 덕분에 포스코는 20일부터 31일까지 29% 상승, 코스피 지수(14.3%)보다 배 이상 올랐다. 삼성전자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동안 포스코가 연일 오르면서 두 종목의 주가 격차는 지난달 31일 현재 1만7000원으로 좁혀졌다.

중국 관련주의 급등은 지난달 중순 폭락 국면에서 다른 주식보다 많이 떨어졌던 점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한 발 비켜서 있는 데서 비롯됐다. 상반기 상승 국면에서 소외됐던 정보기술(IT)주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반도체 가격 약세로 인해 반등 국면에서도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증시에서 전통 제조업 종목들은 중국 경기에, 그리고 IT 종목들은 미국 경기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따라서 IT주들이 본격 상승하기 위해선 미국의 경기가 좋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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