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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사가 쓰는 性칼럼] 쇼핑이 더 좋은 아내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5호 14면

‘섹스냐, 새 옷이냐.’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여성의 61%가 자신이 좋아하는 옷을 잃어버리는 것이 한 달 동안 섹스를 포기하는 것보다 더 속상하다고 답했다. 절반가량은 자신에게 만족감을 주는 옷이 섹스보다 더 성적 자신감을 준다고도 밝혔다. 얼핏 들어보면 여성은 섹스보다 새 옷을 더 좋아하는 것처럼 보인다.

전통적으로 남성보다 여성이 미용이나 성형, 패션에 민감하다. 물론 자기 만족을 위해 여성이 스스로를 가꾸는 경우도 꽤 있지만, 시각적 자극에 쉽게 지배되는 남성의 속성을 여성이 본능적으로 간파했다고 볼 수도 있다. 짝짓기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새 옷이나 외모, 화장술 등의 시각적 요소에 많은 투자를 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더 능력 있는 남성을 택하는 여성의 본능에 부응해 성공·권력·남성다움에 대한 집착 등을 보이는 남성의 성향에 견줄 수 있다.

“이 옷 어때? 안 예뻐?”

모처럼 일요일에 좀 쉬려는데 남편을 끌고 쇼핑하려는 아내, 어쩔 수 없이 혼자 쇼핑갔다 와서도 사온 옷을 남편에게 보여주며 예쁘냐고 묻는 아내, 심혈을 기울여 고른 새 옷에 무뚝뚝한 반응을 보이는 남편에게 분노하는 아내의 행동은 모두 사랑받고 싶다는 욕구가 무의식에서 작용하고 있다.

요즘 아내가 부쩍 쇼핑에 매달린다면 남편의 사랑을 갈구한다는 신호가 아닌지 잘 살펴보자. 아내의 새 옷에 “오, 예쁜데!” 하고 뻔한 칭찬이라도 하면 도움이 되는데, 남편들은 이런 행동을 ‘오버’라고 생각하고 ‘닭살 돋는다’며 싫어한다. 가끔이라도 아내의 쇼핑에 따라나서 보자. 마찬가지로 아내도 남편의 승진문제를 함께 고민한다면 서로의 간극을 좁힐 수 있을 것이다.

쇼핑광인 아내를 탓하는 남편만큼이나 꾸밀 줄 모르는 아내를 무시하는 남편이 많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다.

“내 아내는 전혀 가꿀 줄 모르고, 자기관리를 안 해요. 매일 체육복 차림인데 어찌 성욕이 생기겠습니까?”

부부 사이에서 일상생활과 섹스는 별개가 아니다. 이런저런 사소한 일들을 공유하고 긍정적인 감정이 쌓이면 상대가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된다. 20대 같은 환상적인 S라인에 고운 피부, 조각 같은 얼굴이 배우자를 사로잡기 위한 필수조건은 아니다. 섹스를 안 하더라도 잠자리에 들 때 손이라도 한번 더 잡아주는 것이 세련된 부부의 모습이다.

강동우·백혜경은 서울대 의대 출신 전문의(醫) 부부. 미 킨제이 성 연구소와 보스턴ㆍ하버드 의대에서 정신과·비뇨기과·산부인과 등 성(性) 관련 분야를 두루 연수, 통합적인 성의학 클리닉ㆍ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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