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 ‘모멘텀’ 좇다 치명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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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투자자들이 주식투자 노하우에 대한 강의를 듣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미국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주가 대폭락이 이어지자, 개인 주식투자자들이 우왕좌왕하고 있다. 금전적 손실이 많아서다. 장에 흔들리지 않는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없는 것일까? 있다. 이제부터라도 철저한 가치투자에 나서면 된다. 더불어 장기투자에 딱 들어맞는 10대 종목에 대한 소개도 했다.


7월 25일 기록한 코스피지수 2000포인트 시대는 ‘하루 천하’로 끝나고 말았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른 신용경색으로 코스피지수는 영업 일수로 17일 만에 18.3%의 폭락세를 기록했다. 기존 투자자뿐만 아니라 뒤늦게 주식시장에 뛰어든 투자자는 커다란 손실로 패닉 상태에 빠져 버렸다.

냉정히 돌아보면 2004년 8월 4일 729.4포인트에서 상승이 시작돼 주가는 2000포인트까지 174.8%라는 경이적 상승세를 보였기 때문에 최근의 18.3% 하락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다. 주가 폭락에도 주가지수는 1700포인트라는 높은 수준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대다수 개인투자자가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외국인투자자나 대주주들은 여전히 높은 수익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

똑같은 상황에서 투자의 성공과 실패가 공존하는 것은 전략의 차이 때문이다. 대주주나 외국인투자자는 철저하게 가치투자로 대응한 반면, 개인은 모멘텀 투자로 나선 결과 한편은 성공, 한편은 실패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처럼, 개인투자자가 실패한 원인을 살펴보는 데서 출발해, 성공으로 가는 가치주 투자전략을 모색해 보기로 하자.

실패 원인 1 : 모멘텀만 좇았다

모멘텀은 주가의 변동을 일으키는 재료를 말한다. 외국인이나 기관투자가들이 대거 매수하고 있다, 큰손이 기업을 인수하려 작업 중이다, 신기술을 개발하고 있는데 큰 수익을 낼 가능성이 높다, 해외 유명 기업과 합작 건이 추진 중에 있다 같은 내용이 바로 모멘텀이다.

심지어는 주가가 많이 떨어졌다는 것도 모멘텀에 해당된다. 기술적 분석으로 매수 신호가 출현했다, 신문에 뉴스가 났다는 것도 모멘텀에 해당한다.

모멘텀을 좇는 투자자는 모멘텀을 투자의 제일 철학으로 내세운다. 모멘텀이 부각될 때 주식을 매수했다가 사라질 때 주식을 매도한다.

그러나 모멘텀은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무지개 같은 것이기 때문에 실제 투자에서 모멘텀을 따라가기는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무지개를 잡을 수 없는 것처럼 모멘텀은 현상일 뿐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대거 사들이다가도 어느 날 갑자기 매도세로 돌아서 버린다. 신기술이 개발되기는 했는데 이를 상용화하기 위해 설비투자를 하고, 물건을 만들어 돈을 벌기까지에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이 때문에 신기술이라는 재료는 금방 인기를 잃어버리게 된다.

증시에서 보면 신기술을 개발해 상용화하다가 물건이 나오기도 전에 망해 버린 기업도 있고, 막상 물건을 만들었는데 장사가 안 돼 고전하는 기업도 많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주가가 많이 떨어졌다는 모멘텀은 주가가 조금만 상승해도 이내 사라져 버린다. 신문의 뉴스는 하루만 지나면 과거의 역사가 되어 버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모멘텀 투자자는 단기 투자자, 심한 경우에는 데이 트레이더로 전락하고 만다.

내가 증권시장 현장에서 살펴본 결과 모멘텀 투자자는 일시적으로는 수익률이 높게 나오지만 길게 보았을 경우 큰 수익을 내지 못하고 커다란 손실을 보고 말았다. 모멘텀 투자는 모멘텀이 있는 동안만 성과를 보이게 되는데 1년의 세월을 놓고 보았을 때 주식에서 모멘텀이 존재하는 기간보다 없는 기간이 훨씬 길다. 이 때문에 투자성과가 잘 나오지 않게 된다.

특히 모멘텀 투자자는 강세 장에서는 힘을 발휘하지만 약세 장에서는 치명적인 타격을 보게 된다. 주식시장에서도 주가가 오르는 날보다는 하락하는 날이 많기에 모멘텀 투자자는 짧게 벌고, 길게 손실을 본다. 그 결과 수익보다 손실을 많이 보게 되는 결과가 된다.

실패 원인 2 : 단기 투자했다

1980년 100포인트였던 코스피지수가 2007년 8월 하순 1700포인트대에 도달했으니 주식을 장기 보유한 투자자는 대부분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주식시장 역사상 높은 주가 수준임에도 주식 투자를 통해 손해본 투자자가 많은 것은 왜일까? 주가가 많이 떨어졌을 때 주식을 매도해 버리고, 주가가 높은 시점에 매수했기 때문이다.

주가가 떨어졌을 때 왜 주식을 팔아버린 것일까? 주식의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단기 투자에 나선 결과 주가가 크게 하락하니 불안해 매도해 버렸기 때문이다. 투자 기간이 짧게 되면 주식 투자에서 손해볼 확률이 높다.

내가 증권회사에 입사한 후 89년, 94년, 99년, 2005년 5년마다 1000포인트 시대를 맞았다. 89년 증시 역사상 처음으로 1000포인트를 넘어섰던 증시는 며칠 가지 못해 급락세를 보였고 500포인트까지 밀려나고 말았다.

92년 자본시장 개방 이후 외국인투자자의 증시 참여로 94년 재차 1000포인트를 돌파하기도 했지만 안착에 실패하고 재차 하락세를 보였다. 주가가 하락하는 가운데, 전문투기꾼에 의해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자산주, 신기술 테마주가 난립하며 주가가 폭등세를 보이는 버블 장세가 연출됐으나 외환위기로 주가가 277포인트까지 하락하면서 거품이 꺼지고 말았다.

외환위기 이후 성공적인 구조조정에 대한 기대감과 인터넷 시대 도래로 2000년 주가는 세 번째 1000포인트 시대를 열었다. 인터넷 주를 비롯한 컴퓨터·전자부품 주는 단순한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고공 행진했다. 하지만 모래 위에 지은 집처럼 수익이 기반되지 못한 주가 상승은 이내 물거품이 됐다.

외환위기 탈피를 위해 기업의 유상증자가 러시를 이루면서 대량의 물량 공급에 못 이겨 주가는 재차 500포인트대로 하락하고 말았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피나는 구조조정 결과 기업 부채는 감소하고 수익이 늘면서 이익의 안정성을 찾게 되었다.

그 결과 2007년 8월 현재 1700포인트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것이 한국 주식시장의 단상이다.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을 내다보고 투자했다면 현재의 코스피지수가 최고점이기에 대다수의 투자자가 수익을 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300포인트, 500포인트 시점에 단견을 가지고 주식을 팔아버린 투자자는 커다란 손실을 안게 됐다. 결국 개인투자자가 주식 투자에 실패한 것은 주식을 장기 보유하지 않고 단기 투자에 나섰기 때문이다. 단기 투자는 구조적으로 실패하도록 돼 있다.

2007년 현재 2000포인트 시대는 일일천하로 끝나고 단기간에 18.3%라는 폭락세를 맞이했다. 주가 폭락은 투자 손실을 가져오고, 투자 손실은 불안 심리를 야기한다. 주가 하락에 따른 이유를 찾다 보면 악재만 난무하게 되고 결국 매도 대열에 동참하고 만다. 이는 단기 투자자가 하는 투자 행태일 뿐이다.

주식 역사상 단기간에 발생한 대폭락 사태는 시간이 지나면 정상으로 회기하곤 했다. 98년 외환위기 당시나, 2001년 9·11 테러 때 주식시장은 위기 상황을 맞이하였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정상화됐다.

주식시장의 폭락은 단기 투자자에게는 투자 손실을 확정시키는 계기가 되기만, 장기 투자자에게는 투자의 기회가 된다. 아마 최근 한국 주식시장이 300포인트 넘게 빠졌다는 것은, 가치투자자에게 절호의 투자 찬스일 것이다.

실패 원인 3 : 묻지마 투자했다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데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매출액이 늘어날 것인지, 향후 이익은 늘어날지, 배당은 얼마나 할 것인지 알지 못하는 투자자는 위험이 높은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다. 투자 회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주가가 하락하면 불안해지고, 큰 폭으로 떨어지면 겁이 나 팔아 버리게 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가가 다시 상승 흐름을 타면 땅을 치고 후회해도 소용없는 것이다. 손해가 확정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을 잘 알고 있는 투자자는 이러한 시행착오를 하지 않는다. 보유한 회사를 잘 알기 때문에 주가가 떨어졌다고 팔아버리고, 많이 오른 상태에서 사지 않는다. 회사를 잘 알기 때문에 팔아야 할 때와 사야 할 때를 알고 분석할 수 있어 아는 만큼 위험은 대폭 낮아지게 된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처럼 투자한 회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 커다란 손실만 따르게 된다.

개인투자자가 주식 투자에 실패한 원인에 대해 알아보았다. 개인투자자의 실패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투자전략을 바꾸어야 주식 투자에 성공할 수 있다. 주식 투자의 성공을 위해 모멘텀 투자, 단기 투자, 묻지마 투자는 극력 피해야 한다.

한국 주식시장에서 외국인투자자나 대주주는 모멘텀 투자를 가치 투자로, 단기 투자를 장기 투자로, 묻지마 투자를 자신만의 투자로 바꿔 투자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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