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사 협상 재개" 요청…노조는 파업 찬반투표 마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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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전 1시 울산공장 노조원들의 투표를 시작으로 현대자동차 파업 찬반투표가 실시됐다. 한 노조원이 투표함을 개표장인 노조사무실로 옮기고 있다. [울산=송봉근 기자]

임금.단체협상 결렬을 선언한 현대자동차 노조가 31일 전체 노조원을 대상으로 파업 돌입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노조는 "4만809명이 투표에 참여, 90.95%의 투표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현대차 노조는 이날 밤 개표에 들어가 1일 새벽 개표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울산지역 노동계 관계자는 "노조원의 이해와 직결된 임단협과 관련한 파업 찬반투표에서는 70% 이상의 높은 찬성률을 보였던 전례에 비춰 이번에도 과반수의 표를 얻어 가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차 노조는 파업이 가결되면 쟁의조정 기간이 끝나는 이튿날인 4일부터 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에 앞서 회사는 지난달 24일 올해 임단협 10차 본교섭에서 월 임금 7만8000원 인상, '통상임금의 300%+현금 100만원'의 성과금 지급, 사회공헌기금 조성 등 30여 가지에 이르는 1차 협상안을 노조에 제시했다.

노조는 그러나 "노조가 제시한 신차종 생산 때 노사 간 합의와 같은 대부분의 단체협약 개정 요구를 회사가 받아들이지 않아 교섭의 의미가 없다"며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노조는 이때부터 협상이 최종 타결될 때까지 모든 휴일특근을 중단했고, 파업 찬반투표 결과에 따라 정규 근무시간 및 잔업도 중단하며 회사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 가기로 했다.

하지만 현대차 노사는 막판까지 협상 타결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윤여철 현대차 사장은 파업 찬반투표가 끝난 직후인 31일 오후 1시30분쯤 노조사무실을 찾아 "올해만큼은 대화로 풀었으면 좋겠다"며 "(파업 예정일 하루 전인) 3일 본교섭을 재개하자"고 요구했다.

윤 사장은 이날 발표한 담화문에서도 "노조가 파업을 하지 않으면 울산의 식당 업주들이 음식값을 깎아 주고 택시기사가 현대차를 사 주겠다고 할 정도로 노사 합의를 염원하고 있다"며 "이런 바람을 외면하지 말고 노사가 함께 양보해 무파업 협상 타결을 이뤄내자"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이상욱 지부장은 "올해 협상을 원만하게 해결하자는 의지를 갖고 있다"며 "회사가 조합원들이 납득할 만한 협상안을 제시한다면, 우리도 (협상을 타결한 뒤)조합원들의 뜻을 물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 지부장은 "교섭 결렬을 선언한 상태에서도 실무 교섭을 계속해 온 것은 시민과 조합원들의 뜻을 저버리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교섭 재개 여부는 1일 중앙쟁의대책위 회의를 열어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울산 지역 노동계 관계자는 "협상 결렬 이후에도 이례적으로 노사가 매일 만나 실무협상을 벌인 만큼 노사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울산=이기원 기자
사진=송봉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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