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일만에 외부 공개 발언한 노 대통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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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31일 언론 전체를 싸잡아 비난했다. 아프간 인질 피랍사태 이후 40여 일 만에 나온 외부행사 공개발언이다.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창립 20주년 기념식에서다.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언론은 권력"이라며 "어느 권력에 편을 드는 권력이 아니라 스스로 이미 권력"이라고 규정했다. 다음은 분야별 주요 발언록.

◆노 대통령 언론관의 변천=1987년 지나며(언론관이) 달라졌다. 언론이 사회 흐름과 마찬가지로 편을 갈라 싸우는 모습을 봤다.

확 긁어 버린다는 협박을, 조져 버리겠다는 협박을 많이 당했다.

대통령에 당선된 뒤 인수위를 운영하는 기간에 너편 내편 할 것 없이 새로운 갈등이 생겼다. 새 정부 인수위가 정책 결정한 것만 아니라 비판기사 뒤따라 나왔다. 청와대 승낙받아야 될 정책까지 과장 수준에서 정책이 돼 막 나왔다. 문서까지 사라져 버리고 도둑맞았다.

그래서 이전 민주주의 생각보다는 정부 조직 기능을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지금도 엇박자 기사 항상 나온다. 그래서 가판과 기자실을 폐지하고 사무실 무단 출입을 막았다. 언론은 사회 공론 표출되게 해야 한다. 노무현 하고 싶은 얘기도 실어줘야 한다. 전혀 안 한다. 완전 사유물이다.

◆역대 정부의 임기말=노태우 대통령이 말년에 그들을 지지하는 언론들로부터 버림받는 모습 봤다.

김영삼이라는 새로운 권력의 대안과 손잡고 무력화시키는 과정을 봤다. 그 뒤 문민정부 말면에 가니까 새로운 권력의 대안과 손잡고 김영삼 정권을 가차없이 침몰시켜 버리는 모습을 봤다. 그러면서 '아! 언론은 권력이다'라고 느꼈다.

김영삼 대통령도 자기를 좋아하는 언론에 버림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김대중 대통령은 처음부터 (언론관계가)별로였고 타협하기 어려운 갈등관계를 (제게)넘겨 줬다.

내가 기자간담회 하겠다고 하면 비서실에서 나가 봤자 좋은 기사 안 나오니 하지 말라고 한다.

뭐라고 얘기하든 몇 사람에게만 전달되고 나가는 기사는 전부 기자 마음에 달린 거니까 가급적 사건 만들지 마세요 한다.

◆아프간 인질 사태=테러집단과 대화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이 절대적으로 옳은 판단인지는 단언하지 못한다. 그러나 전 세계의 대세를 거역했을 때 느끼는 외교상의 부담은 있는 것이다.

◆손학규 비토론=요즘 정치 보라. 가관이다. 범여권으로 넘어온 사람한테 줄 서서 부채질하느라 바쁘다.

YS는 건너가면 안 되고 그 사람은 건너와도 괜찮은가? 정치에서 무슨 원칙이 있고, 오늘의 언론에서 무슨 대의가 있나. 오늘 이 복잡한 얘기 기자들 쓸 수가 없다. PD라야 긴 얘기 담아낼 수 있다. 그래서 앞으로 기자들 오라면 이제는 안 간다(웃음). 안 가고 PD가 오라고 하면 간다.

◆"돈 좀 천천히 벌면 어떤가"=독재는 통합하기 어려운 사회, 부글부글 끓는 사회를 만들어 놨다. 불신 사회를 만들어 놨죠. 돈은 좀 천천히 벌면 어떻습니까.

(이명박 후보 관련)무슨무슨 의혹이 있다고 그러는데 카더라만 방송했지, 서로 싸우고 있는 진실이 어느 것인지 아마 역량이 없어 못 들어가 보는 모양인데 추구하지 않는다. 일부 언론들은 빨리 덮어라, 덮어라 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수준 넘지 않으면 절대 민주주의 못 간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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