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심」 제동 당연하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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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일부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이른바 「선심관행」에 대해 쐐기를 박고 인천시장에 대해 경고조치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자치단체장들이 시정보고회나 각종 행사 등에서 우산·시계·수건 등을 돌리는 행위가 사전선거운동이냐,직무행위냐를 놓고 여야간에 논쟁이 벌어졌지만 선관위의 이번 조치로 이 문제는 더이상 논란의 여지가 없게 됐다. 우리는 중앙선관위의 지침대로 자치단체장들에 의한 이런 선심공세가 이제부터는 일절 없어져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따져보면 최근 말썽이 된 인천·충남 등의 몇몇 사례는 법이나 기준의 문제이기에 앞서 상식과 도덕성의 문제라고 볼 수도 있다. 내년 6월로 단체장선거일이 이미 결정된 가운데 누가 봐도 출마할 것으로 보이는 시장·지사가 대규모로 사람을 모아놓고 선물을 돌린다는 것은 이미 속셈이 뻔하다고 해도 항변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당사자나 민자당이 그것을 「관행」에 의한 「직무행위」라고 변명했지만 설사 그 말이 맞더라도 오해받을 상황이라면 자제하는 것이 상식이요,최소한의 도덕성일 것이다.
김 정부 출범과 잇따른 개혁조치는 정부와 공직자들에게 과거정권 때보다는 다소 높은 준법성·도덕성을 요구하고 좀더 경우바른 행정을 기대하고 있다. 오래 통하던 관행이라도 과거정권의 나쁜 관행은 실제 김정부에 의해 과감히 폐지된 것도 많다. 그러나 이제 와서 어떤 관행은 자기들에게 유리하다고 슬며시 따라가고,어떤 관행은 과거정권의 것이라고 매도한다면 그것은 말이 안된다. 수천명의 시민에게 우산과 시계를 돌리고 수천만원을 들여 지역내 여성단체장에게 해외여행을 시키는 일이 관행이었다 하더라도 김정부 출범이후 조성된 새 상황에 맞춰볼 때 그게 과연 계속 유지할만한 관행일까.
관행을 내세워 현직에 앉아 선심과 홍보를 한다면 내년 선거에 나설 다른 후보들과 너무나 형편이 안맞을 것임은 물론이다. 이처럼 사리가 분명한데도 그동안 이런 선심관행이 여러곳에서 잇따라 일어나고,야당에 의해 거듭 지적받으면서도 정부·여당이 미온적으로 대처한 것은 유감스럽다.
정부·여당으로서는 처음 시비가 돌출했을 때 당연히 유사한 일이 없도록 자체 규제를 하고,관행이니 직무니 하는 말로 옹호하기 보다는 집안단속에 더 신경을 썼어야 마땅했다. 공교롭게도 말썽이 난 인물들이 소위 「실세」인 민주계 인사라는 점에서,그러니까 이들이 세를 믿고 이렇게 뛰는게 아닌가 하는 오해도 받게 되는 것이다.
이제와서 인천시장은 선관위 경고를 받았으니 정부로서도 물의를 일으킨데 따른 응분의 문책은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우리는 정치개혁이 고창되는 이런 시절에 더이상 이런 저수준의 선심시비는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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