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국의 한, 비운의 황녀 '덕혜옹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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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오늘(1월 26일). 조선왕조의 비극을 한 몸으로 살아온 비운의 황녀(皇女) 덕혜옹주가 37년만에 고국의 품으로 돌아왔다. 황제의 고명딸로 태어났으나 망해버린 나라 황녀로써 감당 못할 역사의 짐에 짓눌린 덕혜옹주는 망국볼모의 치욕속에서 비극적 일생을 살았다.

덕혜옹주는 1912년 태어났다. 고종이 회갑때 후궁인 복녕당 양귀인을 통해 얻은 외동딸이다. 그는 어린시절 영친왕을 일본에 볼모로 보내고 쓸쓸해하던 고종의 사랑을 한몸에 받으며 천진난만하게 지냈다. 옹주 나이 7세때 고종이 승하하자 후손이 없던 순종은 옹주를 친딸처럼 돌봤다.

그러나 덕혜옹주는 13세되던 1925년 4월 "황족은 일본에서 교육시켜야 한다"는 일제의 요구로 일본에 건너가며 비극을 맞게 됐다. 이역만리 낯선 생활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견디지 못한 옹주는 신경쇠약증세를 나타냈으며 17세때엔 생모 양귀인이 숨진 충격으로 증세가 심해져 조발성치매증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병세가 약간 호전되자 일본은 19세된 옹주를 대마도 번주의 아들인 종무지백작과 결혼시켰고, 유일한 소생인 딸 (종정혜)을 얻었으나 지병은 도져만 갔다. 계속된 병상생활 끝에 53년 종백작과 이혼했고 단 하나의 혈육 정혜마저 결혼에 실패한 뒤 현해탄에 현해탄에 몸을 던짐으로써 옹주의 절망은 극에 달했다.

해방후 고국에 돌아오려 하지만 정부의 소극적인 자세로 50세가 된 이날에야 겨우 귀국한다. 피폐해질대로 피폐해진 몸으로 돌아온 그는 고독하고 어려운 세월을 보내다 89년 4월 77세 나이로 비극적인 삶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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