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민주화운동 주역 한나라 배지 달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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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이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주역들에 대한 전국구 공천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광주민주화운동으로 맺힌 호남의 '한'(恨)을 누그러뜨리자는 것이다.

여기엔 물론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 호남 출신 유권자들이 갖기 쉬운 반(反) 한나라당 정서를 탈색시킴으로써 전국적인 총선 득표력을 높이겠다는 기대가 깔려 있다.

당 공천심사위는 지난 20일 회의를 열어 호남 몫의 비례대표 당선권 후보 3명 중 광주.전남 몫 2명은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로 공천키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24일 전해졌다.

한 참석자는 "홍준표 당 전략기획위원장이 광주민주화운동 주역들을 공천하자고 제안하자 대다수 공천심사위원들도 적극 찬성했다"고 밝혔다.

洪위원장은 "이 같은 공천엔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당 차원의 공식 사과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며 "이는 당에 남은 광주민주화운동 탄압 이미지를 벗고 정당명부제 투표에서 호남 지지표를 얻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나머지 전북 몫은 각계 전문가 중에서 기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최병렬 대표는 전국구 공천시 호남 배려 의사를 공식 천명한 바 있다.

그는 지난 9일 올 첫 지방 나들이로 호남을 찾아 "이번 총선에선 광주.전남.전북에서 1명씩 당선될 수 있도록 전국구 번호를 배정하겠다"고 밝혔었다.

한 핵심 당직자는 "당내 한 중진이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불붙었던 반미운동의 주동자급인 K씨와 접촉, 공천 수락 여부를 타진해 '생각해 보겠다'는 대답을 얻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K씨는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94년 당시 민자당이 김문수 의원 등 운동권 인사를 대거 영입할 때도 스카우트 대상으로 거명됐었다. 그러나 K씨는 전화통화에서 "금시초문"이라며 한나라당 측 공천 제의 사실을 부인했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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