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총리 취임 100일 앞으론 궂은일도 찾아 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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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李會昌국무총리가 취임 1백일을 넘기면서 국정운영이나 처세면에서 중요한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李총리는 25일 기자들과 만나『앞으로는 박수받을 일뿐 아니라안팎으로 욕먹을 일도 찾아서 하겠다』고 선언했다.
지금까지의 李총리 업무수행을 놓고 인기영합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그렇다고 그가 팔을 걷어붙이고 국민이 원망을 할 소지가 있거나 싫어할 일을 앞장서서 한 것도 아니기에 총리의 이말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李총리는 대법원 판사와 감사원장에 이어 총리직을 수행하고 있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미지 관리면에서 꽤 성공을 거두고 있는것만은 분명하다.
총리이전까지는 快刀亂麻식의 사정과 비리척결등 소위「善惡」의 구별이 명확하고 국민의 찬사를 받을 업무를 주로 처리해왔다고 할 수도 있다.
지난해 12월17일 총리직에 취임한 뒤로도 국내외 여건은 우루과이라운드(UR)파동.식수오염사태.북한핵문제등에 대해 정부로서는「상처받을 일」들이 수없이 많았는데도 李총리만은「진흙속의 연꽃」처럼 자신의 이미지에 별로 손상을 입지 않았 다.
UR파동은 농림수산부장관이,식수오염사태는 환경처와 내무부가,북한核 대응문제에 있어서는 외무부 장관이 여론의 화살을 받았다. 이는 李총리의 업무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내각을 통솔할 책임이 있는 총리가 자신만 비난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는 여론도 없지 않아 총리로서는 여간 부담스런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앞으로는 자신이 전면에 나서『국민이 싫어해도 필요한 일이라면 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즉 법을 어기면서까지 시위를 벌이는 집단이기주의에 강력히 대처한다든지 UR협상에서 국민이 반대해도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밀고 나간다 든지 하는 일이 여기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총리실 관계자들은 이런면에서 李총리가 벌써 궂은 일을 도맡아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최근 與圈과 해당단체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관변단체와 상조회에대한 정비지시를 내린 것이 대표적 예라고 말한다.앞으로도 이같은 총리의 행보는 계속될 것이라는게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李총리는 자신이 정치적이라는 일부의 지적에 대해서도『국정을 총괄하는 총리가 정치감각이 없어서야 되겠느냐』면서『다만 정치에는 뜻이 없다』고 강조했다.
『정치를 안하겠다는 본인의 생각이 확고하다면 주변의 부추김이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과거 정치에 뜻이 있으면서도 사람들이 본마음을 숨기고「안하겠다」고 얘기하고 정치를 한 경우는 있지만 뜻이 없으면 안하는 것』이라고 잘랐다.
〈申東在기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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