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석의 염」보다 솔직… 과거사 매듭/일왕 「과거 깊은반성」 전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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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알기 쉬운 말로 해달라” 우리 정부입장 수용
아키히토(명인) 일왕이 24일 김영삼대통령을 위한 만찬사에서 한일 과거사와 관련,『…역사에 대해 깊은 반성을 하고 있다』고 말한 것은 비교적 구체적이고 솔직한 표현으로 평가된다.
아키히토 일왕은 지난 90년 5월24일 노태우대통령 방일 당시 「통석의 념」(마음이 아프도록 애석함)이라는 모호한 말을 했다. 그래서 한국에서 그 해석을 놓고 구구한 얘기들이 오가도록 했던 것에 비하면 보다 분명한 사과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방한한 호소카와 일본 총리는 과거사와 관련,「반성」과 「진사」를 표시했다. 이로써 과거사 문제는 양국간 외교현안에서 일단락된 것으로 평가된데 이어 일왕으로서 처음 피력한 이같은 사과발언은 사실상 말로 하는 과거사 정리의 매듭을 의미한다.
김 대통령이 답사에서 『양국관계는 금세기초 역사의 거센 바람과 격랑으로 시련을 겪기도 했다』고 지적하고 『그러나 더 이상 과거가 미래를 속박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한 것은 이같은 사실을 시사한다.
정부는 김 대통령의 방일에 앞서 일본측이 과거사 발언 수위에 대해 한국측 의사를 타진해왔을 때 『「통석의 념」과 같은 추상적인 얘기는 하지 말고 많은 국민들이 알아듣기 쉬운 말을 진솔하게 하는 것이 낫다』는 뜻을 전했는데 일본이 이를 받아들인 셈이다.
일본 지도자의 과거사 발언을 보면 83년 1월 방한했던 나카소네 야스히로(중증근강홍) 일본 총리가 『한일 양국간의 불행한 역사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하는 등 80년대초까지만해도 의례적 이상을 넘지 않았다.
그러다 84년 9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히로히토 일왕은 『…불행했던 역사가 있었던 것은 진심으로 유감』이라며 사과의 강도를 한단계 높였다. 90년대들어 나카야마(중산) 전 외상이 『…일본의 군국주의적 침략이 있었다…』고 침략을 처음 시인했다.<박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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