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야놀자] ‘제도의 틈’ 노리는 펀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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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최근 일부 언론이 해외 펀드를 이용한 단타 매매를 고발하면서 폐장 후 거래(Late Trading)가 펀드 업계의 화두로 재등장했습니다. 폐장 후 거래란 펀드 기준가격이 시장가격과 최소 하루 이상의 시차가 나는 점을 악용해 기존 펀드 투자자들이 얻어야 할 이득을 신규 투자자가 가로채는 행위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의 오늘 기준가격은 어제 장 마감 주식가격이 반영된 겁니다. 따라서 오늘 펀드 매입 신청자에게 오늘 기준가격을 적용해 팔 경우 장이 마감되는 오후 3시가 넘으면 하루의 시세 차익을 거저 얻을 기회를 제공하는 꼴이 됩니다. 이 같은 폐단을 막기 위해 2005년 6월부터 주식펀드의 경우 장 마감 시각인 오후 3시를 기준으로 이전 신청자에게는 다음날, 3시 이후 신청자에서는 이틀 후 아침 기준가격을 적용해 매입하도록 한 것입니다.

 해외 펀드에도 이 같은 제도가 적용되므로 폐장 후 거래가 발생할 소지는 없는 듯 보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직접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가 아닌 다른 펀드에 투자하는 펀드, 즉 재간접펀드에서 불거졌습니다. 투자한 펀드도 동일한 방식으로 가격을 계산하기 때문에 재간접펀드의 기준가격은 일반펀드보다 하루 더 이전 시장가격이 반영될 수밖에 없습니다.

 폐장 후 거래의 폐단을 막기 위해선 재간접펀드의 경우, 오늘 매입 신청자에게 모레 기준가격을 적용하면 됩니다. 그러나 모든 재간접펀드에 동일한 규정을 적용해선 곤란합니다. 폐장 후 거래 위험에 노출된 펀드는 한국과의 시차 때문에 중국·일본·싱가포르·호주 등 아시아권 주식에 투자하는 재간접펀드뿐이기 때문입니다.

 해외 펀드의 제도적 빈틈은 재간접펀드의 매입가격 적용일에 국한돼 있지는 않습니다. 일반 주식펀드의 경우에도 기준가격을 계산할 때 시장 종가의 적용일자가 운용사마다 다르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도 주식 종가는 우리 시간으로 오후 7시쯤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부 운용사는 그날 시장 종가를 다음날 아침 펀드가격에 반영하지만 그렇지 않은 운용사도 있어 문제입니다. 전일 종가를 반영하는 인도 펀드 투자자는 3시간 반 차이가 나는 인도 증시에 대해 반쪽짜리 폐장 후 거래가 가능한 셈이지요.
 해외 펀드 시장은 1년 사이에 양적으로 초고속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이제는 질적인 성장을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이는 업계뿐 아니라 단기 수익에 급급한 투자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최상길 제로인 상무 www.funddoct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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