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시각>의연한 자세 아쉬운 북핵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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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 1년간 계속돼온 北韓 핵문제를 둘러싸고 美國과 북한간에위협과 회유,그리고 설전과 속임수가 이어지면서 韓國은 상황변화하나하나에 지나치게 일희일비하고 있는 것 같다.
이는 북한이 막판에 몰리게 되면 폭력적 행동으로 나와 한국의안보에 심각한 타격을 안겨줄지 모른다는 현실적 우려와 한국민의생존에 대해 사실상 커다란 관심이 없다시피한 미국이 한반도에서극단적 행동을 감행할 수 있다는 의구심을 함 께 갖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내 반응이 매번 미국내 분위기와 엇갈리고 있는 것은 한국정부가 북한 핵문제에 너무 단세포적으로 대응하고 있지 않는가 하는 우려를 갖게한다.
미국은 지난 21일 국제원자력기구(IAEA)특별이사회가 북한핵문제를 유엔에 상정키로 결의한 것을 기점으로 對북한 대응방법의 변화를 보이고 있다.
21일 이전의 미국의 對북한정책은 외교적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을 주로하고 이같은 미국의 노력이 실패하면 제재등 강경방법을불사하겠다는 主외교 副제재의 和.强정책으로 일관됐었다.
그러나 이제는 제재를 기정사실화하고 제재가 현실화하기 전까지아직도 북한에 외교적 해결의 기회가 있다는 신호를 거듭보내는 主제재 副외교의 强.和정책으로 바뀌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북한정책은 여전히 평화적 해결의 가능성에 대한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이 主외교 副제재로 북한을 압박하면서 미국내에서 강경논조를 협상입지강화 방안으로 맹렬히 전개하고 있을때 한국정부는 이같은 미국분위기에 놀라 미국의 對북한 강경정책을 막기 위해 급급하다시피 했다.
이제는 미국이 북한에 대해 강경책을 앞세우고 계속 외교적 방법에 의한 해결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정부는 패트리어트미사일의 한반도배치를 수락하고 팀스피리트훈련실시를 강조,갑자기 미국보다 앞서 강경한 자세를 취하는 성급 함을 보이고있다. 결과적으로 한국정부는 미국이 줄기차게 원해온 패트리어트미사일의 한반도배치만 현실화시키는 결정을 하고 말았고,나아가 아직도 북한을 외교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내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서 협상중단등 平壤을 더욱 궁지로 몰아가는 모순된입장을 드러내게 됐다.그동안 말못하고 있던 강경파들이 일제히 소리치고 나선결과인 것 같다.
워싱턴의 한 북한관측통은 북한이 최근 거친 언어를 잇따라 사용하고 있는 것에 대해 역시 거친 표현이긴 하지만『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고 가볍게 논평했다.
한국정부도『불바다』한마디에 길길이 뛸 것이 아니라 좀더 의연한 자세로 북한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일관된 자세를 보이지 못하는게 정말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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