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열린마당

팁 내라, 추가 비용 내라 … 못 믿을 여행 상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며칠 전 여름휴가 때 가족들과 해외 여행을 하기로 했다. 마침 국내 항공사와 대그룹 계열 여행사가 연합으로 판매하는 중국 패키지 상품이 있었다. 비슷한 상품들이 60만원대부터 있었지만 모처럼 가는 가족여행이라 비싼 가격(1인당 80여만원)을 부담하고 믿을 만한 대기업 상품을 선택했다. 광고 문구에는 추가 옵션이 없다는 설명도 있었다. 그러나 정작 여행을 가서 광고 내용과 실제가 너무나 달라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러 여행사를 통해 온 사람들이 시종 똑같이 다녔는데 각자가 낸 요금은 큰 차이가 나는 것이었다. 또한 출발 전 여행사 직원은 현지에서 팁으로 일행(3명)이 55달러를 더 내면 된다고 했으나, 현지 가이드는 1인당 55달러씩 내라고 했다. 그뿐 아니었다. 현지 가이드가 (패키지에 없는) 케이블카를 꼭 타봐야 한다며 1인당 7만원씩 추가 비용을 내라고 했다. 현지 일정이 모두 끝나 있었고 30도가 넘는 더운 날씨에 숙소도 체크아웃을 한 뒤라 오후 내내 갈 곳이 없었다. 할 수 없이 모두가 추가 비용을 내고 케이블카를 탔다.

돌아오는 길엔 인천공항에 비행기가 많아 약 30분간 선회하다 청주공항으로 회항하게 되었다. 그런데 승무원은 ‘공항 당국의 지시로 안전한 곳으로 회항한다’는 식으로 모호하고 짤막한 안내 방송을 했다. 그동안 승객들은 영문도 모른 채 걱정만 하고 있었다. 나중에 승무원을 불러 항의하자 간단히 사과 방송을 하고는 항의했던 승객에게만 따로 집까지 교통편을 제공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결국 청주공항에서 급유를 한 뒤 예정보다 4시간 가까이 늦게 인천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돌아와서 여행사에 이런 문제를 지적하자 가격 차이는 정확한 증거를 대라, 현지 사정으로 변경이나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현지 가이드의 문제고 여행사는 책임이 없다는 식의 대답이 돌아올 뿐이었다.

항공사도 여행사도 모두 국내 유수의 대기업이다. 두 기업 다 고객의 행복을 추구한다고 수없이 광고를 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이렇다. 말로만 고객만족을 외치는 것이 아니라 진정 고객의 마음을 생각하는 기업들이 됐으면 한다.  

김광석 서울 서초구 잠원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