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 특별이사회/일단 “재사찰” 촉구/폭풍전야같은 북핵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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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정부 “정말로 속았다” 분개/「팀」·항모훈련등 기정사실화/영·독등 유럽국들도 일제히 동조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북한핵 사찰결과가 부정적으로 나타나면서 미국은 북한핵문제를 유엔으로 가져가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가운데 21일로 예정된 IAEA 특별이사회를 앞두고 미국과 빈에서는 폭풍전야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미국은 이번 IAEA 사찰팀의 북한핵 사찰에서 북한이 중요한 시설에 대한 접근을 방해한데 대해 『이번에는 정말로 북한에 속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미국관리는 『지금까지 IAEA가 북한에 놀아날대로 놀아난 셈』이라고 말하고 『미국은 북한에 대해 강력한 결의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윈스턴 로드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는 17일 의회 청문회에서 『북한은 이번에도 모두를 기진케하는 수법을 쓰고 있다. 북한의 이런 전략을 감당한다는 것은 진력나고 고통스러운 것』이라고 말하고 『미국은 지금까지 인내의 외교를 해왔으나 문제해결에 진전이 없을 경우 이젠 더이상 한가하게 인내만 하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분위기는 의회와 각 연구기관이 북한의 군사적 대응보복을 우려하면서 북한과의 협상에서 이를 주의하라고 경고하던 몇달전과는 달리 이번에는 북한의 보복적 군사행동 가능성을 거의 언급하지 않고 있다.
또 미국정부도 팀스피리트훈련 실시와 북태평양에서의 항모 군사훈련,패트리어트미사일 한반도 배치를 거의 기정사실화하는 등 강경한 자세로 돌아서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는 미정부가 북한이 IAEA 핵사찰팀의 활동을 방해했다는 사실을 두고 차분히 평가하기보다 「이번에는 정말로 속았다」는 배신감을 강하게 느끼고 있음을 반영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정부는 21일 열릴 IAEA 특별이사회가 북한핵문제를 유엔으로 넘기는 문제에 대해 매우 적극적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 국무부는 지난 16,17일 여느때와 달리 한국담당 직원들이 밤늦게까지 근무하며 한국대사관·빈의 IAEA본부와 바삐 연락을 취하는 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였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현재 빈에서 35개 IAEA 이사국들이 21일의 특별이사회 결의안 초안을 이미 마련해놓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하고 특히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국가들이 북한에 대해 크게 분개하는 것으로 전했다.
IAEA 특별이사회의 결의안 초안은 북한으로 하여금 IAEA의 재사찰을 촉구하는 한편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유엔으로 넘기는 경고내용을 함께 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빈과 워싱턴을 잇는 북한관련 당사자들 사이에서는 현재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북한의 추가적 조치가 나오지 않을 경우 「강경대책」은 불가피할 것이 확실하다.<워싱턴=진창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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