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문고 비리/국회만 가면 줄어들었다/관련의원·정당 규명도 소극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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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89·92년 수차례 거론돼도 흐지부지/「돈봉투」 주선등 비호세력 밝혀져야
상문고 비리에 또다시 국회의원들이 연루된 것으로 밝혀지고 있으나 관련의원들은 입을 다물고 있고 소속정당에서도 이를 규명하는데 소극적이어서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깊어가고 있다.
정치권과 관련된 돈봉투사건은 올들어서만도 한국자동차보험·농협비자금사건에 이어 이번 상문고사건이 세번째이나 어느 것 하나 명확하게 해명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돈봉투를 폭로한 의원이 돈봉투를 주선한 동료의원이 있다고만 말할뿐 명단 밝히기를 기피하고 있고 상문고의 VIP 명단에 포함된 의원들도 왜 자신이 명단에 끼이게 됐는지에 대한 시원한 소명이 없는 실정이다.
특히 국회의 해당 분과위인 교육위에 사립학교법 개정을 둘러싼 로비가 극심했던 것도 다 알려진 사실이어서 국회차원의 진실규명이 요구되고 있다.
○“한두명 더 있다”
○…정치권에 대한 의혹은 민주당 이철의원이 돈봉투가 전달되는 과정에 동료의원이 개입됐다고 밝힘으로써 증폭됐다.
이 의원은 자료제출을 요구하자 상문고측에서 찾아와 식사를 같이 하자는 말을 했다고 했다.
그러나 계속 거절하자 「정치권의 잘 아는 사람」이 저녁을 초대하는 형식으로 불러내 재단 관계자들을 만나게 했다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돈봉투를 주려고 시도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또 『상문고를 도와주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의원이 한두분 더 있었다』고 말했다.
이 사람들이 상문고의 로비를 받은 의원들이 아닌가하는 의혹을 받고 있다. 따라서 이들의 이름이 정치권에 대한 의혹을 푸는 열쇠다.
그러나 이 의원이 이들의 신분을 밝히기를 거부하고 있다.
이 의원은 17일 이기택대표에게도 『내가 사실을 밝히는 바람에 엉뚱하게 다른 의원이 피해를 볼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선의로 그랬을 수도 있는데 엉뚱하게 피해를 줄 수 있다』면서 입을 다물고 있다.
결국 자신은 돈봉투를 돌려주었으니 이를 자랑스럽게 밝히고 동료의 부정은 감싸겠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소리가 높다.
○이름은 안밝혀
○…상문고 문제는 해직교사들이 국회의원들을 찾아가 진정하면서 정치권에서 논의되기 시작했다.
89년 이철의원이 3차례에 걸쳐 집중 거론했고,박석무의원도 두차례 거론했다.
89년에는 주로 해직교사 복직문제가,92년에는 골프장문제가 중심문제가 됐다.
92년에는 민주당 의원들이 역할분담을 하는 바람에 홍기훈의원이 경우 자료요청만 하고,이를 장영달의원에게 넘겨줬다.
가장 먼저 문제를 제기한 것은 박 의원으로 89년 3월 해직교사의 진정에 따라 학생들을 취조한 사실,교사 부당해직 등을 따졌다.
이 의원은 재단구성내용,잡부금 징수내용,골프연습장 인·허가 경위,학내분규 등 상문고와 관련해 22가지 자료를 요청했다.
장 의원은 92년 상문고가 과외수업비 명목으로 매달 잡부금 2만8천원씩을 걷고 있고 골프장 문제와 국고보조가 연간 3억∼4억원씩 지급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당시 이준해교육감은 『찬조금품을 금지시키겠다』고 답변했다.
골프장문제에 대해서도 정학모 당시 사회교육체육국장이 『골프장은 학교보건법상 금지대상이 아니다』고 답변했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답변을 듣고 그냥 넘어간 교육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의원들이 집중적으로 파헤쳤으면 일찍 해결됐을 문제를 왜 중단했느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박 의원은 『89년 5월 전교조가 출범하면서 문공위의 주요 쟁점이 됐다. 상문고 문제에 의원들이 집중하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공개촉구 여론
○…민자당 의원들은 민주당의 이철의원이 상문고측으로부터 돈봉투 로비를 받아 되돌려준 것은 잘한 일이라고 하면서도 회유·압력을 가한 인사의 명단을 밝히지 않은데 대해 매우 비판적인 입장을.
한 당직자는 『이 의원이 그같은 사실을 폭로하기까지는 당안팎의 여러 사정 등 나름대로 적지않은 고민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순봉대변인은 『이 의원은 당시 문제의 동료의원들이 선의에서 그랬을 수 있다며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또다른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면서 『국민들의 의혹 해소와 민주당의 명예를 위해 이들의 명단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VIP명단에 들어가 있는 의원의 경우 한결같이 『전혀 알지 못하는 일』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왜 그많은 의원 가운데 자신의 이름이 들어가게 됐는지에 대한 해명은 전혀 없다.
또 당차원에서도 이 의원들에 대한 소명을 받는 등 해명절차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신성호·김진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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