減稅카드 꺼낸 노무현 정부 나라살림 大選 쟁점 되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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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호 10면

돈벌이 능력에 맞춰 지출하는 것은 경제생활의 기본이다. 가계든 기업이든 이를 무시하고 펑펑 썼다가는 결국 파산하게 된다. 나라 살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분명 다른 게 하나 있다. 가계와 기업은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방법으로 빚잔치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쌓인 국가부채는 청산할 길이 없다. 흥청망청 쓴 세대는 저 세상으로 가면 그만이지만, 후손들이 빚더미에 깔려 계속 고통받아야 한다.

지난주 정부가 내놓은 ‘2007년 세제개편안’을 놓고 나라가 떠들썩하다. 각론으로 들어가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을 12년 만에 높인 것이나, 1가구 1주택 장기보유자에 대해 양도소득세 부담을 줄인 것 등은 잘한 일이다. 그러나 총론에 있어 정부가 감세 카드를 덥석 집어든 것은 분명 염치없는 결정이다.

노무현 정부는 지난 4년 반 동안 나라의 지출 규모를 줄기차게 확대했다. 공무원도 7만 명이나 늘렸다. 국가채무는 단숨에 2배로 늘어 300조원에 육박했다. 정부는 많이 쓰는 대신 세금도 제대로 거두겠다고 호언했다. 하지만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세금 거둘 자신이 없다면 애당초 씀씀이도 알뜰히 했어야 마땅했다. 이제 일은 다 저질러놓고 나 몰라라 하는 식이다.

한나라당도 별로 다를 게 없다. 한나라당은 정부를 압박해 기초노령연금제를 끝내 성사시켰다. 65세 이상 노인 60%에게 용돈 정도인 월 9만원 안팎의 기초연금을 지급하기 위해 내년 당장 2조8000억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10년 뒤엔 한 해 11조원이 투입된다. 그래 놓고도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경제공약을 보면 세금 깎아주겠다는 내용이 즐비하다. 세금을 줄여주면 투자와 소비가 늘어 경제가 활기를 되찾고, 덕분에 세금은 다시 많이 걷히게 된다고 강변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 효과에 대해선 경제학자들 간에도 의견이 분분하다. 방만해진 나라 살림부터 확실히 손본 뒤 세금을 줄여나가는 게 순서다.

세금과 예산 문제를 놓고 벌이는 논쟁은 치열할수록 좋다. 우리 자식들의 미래를 위해서도 그렇다. 우리는 일자리 하나 변변히 만들어주지 못하면서 후손들의 허리만 휘게 한 세대로 역사에 기록될지 모른다. 이 문제가 올 대선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라 새 대통령을 뽑는 중심 잣대로 작용하길 기대한다.

▶지난 주

23일 韓 금융경제동향회의=미국발 서브프라임 사태와 관련, 노무현 대통령은 대책을 차질 없이 준비하라고 지시
24일 美 7월 신규주택 판매=월가 예상치(82만 채)를 넘는 87만 채(연율)를 기록해 뉴욕 증시가 상승

▶이번 주

27일 美 7월 기존주택 판매=월가 예상치(570만 채)보다 실적이 좋으면 서브프라임 사태로 위축된 투자심리가 회복될 전망
29일 韓 7월 산업활동 동향
30일 美 3분기 경제(GDP) 성장률=이미 발표된 예비치는 3.4%였다. 월가는 4.0~4.1% 정도로 상향 조정될 것으로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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