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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12일짜리 휴가 떠나요" 골든 홀리데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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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올해 회사에 들어간 구모(29)씨는 요즘 달력만 쳐다봐도 마음이 들뜬다. 다음달 22일부터 10월 3일까지 11박12일의 유럽 여행을 떠날 계획이기 때문이다. 구씨의 여행은 파리.모나코.나폴리.아테네.이스탄불 등 유럽의 주요 도시를 훑는 여유있는 일정이다.

직장인 구씨가 정기 휴가철도 지났는데 12일간의 장기 휴가를 즐길 수 있는 비결은 이렇다. 이 기간 중 토.일요일 휴무는 4일. 여기에 추석연휴 사흘과 개천절 하루가 끼어 있다. 구씨는 평일인 다음달 27~28일과 10월 1~2일엔 연차휴가를 냈다. 단 4일간 휴가를 쓰면서 12일간의 여행을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구씨처럼 다음달 말~10월 초 최대 12일짜리 장기 휴가를 잡은 직장인이 많다. 이처럼 징검다리 연휴를 활용한 장기 휴가를 '골든 홀리데이(Golden Holidays)'라고 부른다.

여행업계는 골든 홀리데이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하나투어에 따르면 다음 달 21~27일 여행 예약자 수는 2만8105명이다. 올해 최대 성수기(7월 27일~8월 2일)의 3만8109명의 73.7%에 이른다. 이 여행사 정기윤 대리는 "골든 홀리데이까지 한 달 정도 남은 점을 감안했을 때 올해 최대 성수기보다 오히려 많은 여행객이 몰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회사들도 징검다리 휴일에 낀 평일에 연차를 내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자동차 도장설비 회사인 듀어코리아의 경우 다음 달 27~28일은 전 직원을 쉬게 했다. 또 직원들이 재량껏 10월 1~2일에 이틀씩 연차를 신청하도록 허용했다.

생활용품 제조사인 도루코도 대체 근무일을 조정하는 방법으로 다음달 말과 10월 초 연차를 쓸 수 있도록 했다.

긴 연휴를 즐기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양하다.

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권모(27.여)씨는 추석 연휴엔 가족.친지와 시간을 보낸 뒤 24일에는 5박6일의 동남아 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30일 서울에 도착해 10월 1~3일 집에서 휴식한 뒤 4일 새 기분으로 출근한다는 계획이다.

10월 결혼을 앞둔 김모(27.여)씨는 직장생활에 바빠 미뤄뒀던 결혼 준비를 이번 연휴 때 마무리할 생각이다.

박경인(27)씨는 골든 홀리데이 동안 서해안을 자동차로 일주하면서 바다 구경과 온천욕을 즐기는 계획을 세웠다.

명지대 김정운(여가경영학) 교수는 "예전 같으면 직장인들은 회사 눈치 보느라 골든 홀리데이가 어려웠다"며 "그러나 최근 들어 적절한 휴식이 업무효율을 높인다고 보는 기업이 많아지면서 12일짜리 연휴가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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