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년 전통 효성여대 내년 대구 가톨릭대와 남녀공학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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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한강이남의 유일한 여자종합대학교이자 전통사학인 효성여대가 올해를 마지막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효성여대측은 10일 총동창회와 교직원.학생들의 의견을 수렴,대구가톨릭대학과 통합하기로 최종 결정하고,늦어도 올상반기중에 통합작업을 마무리하고 95학년도부터 남녀공학의 새로운 종합대학으로 출범한다.
효성여대는 52년4월 설립돼 42년동안 3만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명문여대이자 영남지역 여성교육의 산실로 지역민의 사랑을받아왔다.
이런 이유로 89년 처음 통합론이 제기됐을 때만 해도 동창회와 학생들이 크게 반발해 성사될 가능성이 없었다.그러나 올들어대학별 평가가 실시되고 학생수가 갈수록 줄어드는등 대학발전의 한계가 엿보이자 지난달7일 학.처장회의에서 통합 문제가 다시 제기돼 본격적으로 재추진되기 시작했다.
동창회에서도 처음엔 강력하게 반대를 했으나 10일 임시총회를열고 찬성쪽으로 의견을 모았으며,학생들도「학교에 대한 재단의 재정적투자가 확실하면 찬성한다」는 조건부 찬성안을 내놓아 이를재단측이 받아들임으로써 극적으로 성사됐다.
「예지」와 「순결」이 교훈인 효성여대는『가톨릭의 정신으로 도덕적인 여성,인간과 사회의 어머니 역할을 담당하는 여성지도자를양성한다』는 이념을 지켜왔다.
효성여대의 엄격한 학사관리는 지금도 지역민들에게 회자될 정도로 많은 에피소드를 남겼으며,그 에피소드가 더욱 많은 사랑을 받는 대학으로 발전시키기도 했다.
효성여대생들은 까만 치마와 흰 블라우스가 어우러진 교복을 80년대중반까지 입고 다녔으며,1주일에 2~3일은 교복검사를 할정도로 엄격한 규율속에서 교육을 받았다.
이때문에 당시 효성여대생들은 나이트클럽을 찾았다가 고교생으로오인한 종업원들에 의해 출입을 제지당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졌었다.재학중에 결혼하거나 임신하면 곧바로 퇴학되고,교내에는 남자들의 출입을 통제하는등 여성으로서 갖추어 야할 전통교육을 학사운영에 엄격히 적용했다.
내년 2월 마지막 졸업생을 배출하는 효성여대 학생.동창들은 아직도 아쉬운 미련을 버리지 못하면서도『주변 환경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어쩔수 없는 일』이라며 40여년동안의 발자취를 곱게 접을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 大邱=金基讚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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