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시각>한국 먼저 거론한 李鵬 誤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中國지도부가 모두 참가한 가운데 10일 北京 인민대회당에서 개막된 제8期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에서 리펑(李鵬)국무원총리는 두차례나 중요한「실수」를 저질렀다.
李총리는 1시간30분동안 진행된「政府工作報告」(국정보고)를 낭독하는 도중 홍콩의 선거제도개혁에 대한 中英 양국간 협상 결렬을 언급하면서『그 책임은 전적으로 중국측에 있다』고 발언한 것이다.순간 외국취재진들이 착석한 대회당 3층에서 는 폭소가 터져나왔다.당혹한 李총리는 곧바로『영국측에 있다』고 정정했다.
李총리의 이같은 실언은「誤讀」임이 너무도 분명했다.일국의 총리가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외교쟁점을 언급하면서 책임을 스스로 인정할리 만무하기 때문이다.그러나 李총리의 실수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李총리는 외교분야보고에서『지난해는 중국과 주변국간 友誼가 더욱 공고해지는 한해였다』고 평가하면서『중국과 韓國,중국과 朝鮮(북한)간 우의가 지속적으로 증진됐다』고 낭독했다.그러나 사전배포된 원고에는『中朝간 友誼가 지속적으로 증진됐다 』고 전제한뒤 日本.러시아.한국順으로 상호협력관계 증진을 꼽게되어 있었다. 중국이 北韓을 제일 먼저 언급한 것은 韓中수교로 인해 불편해진 양국관계가 회복됐음을 천명하는 정치적「의도」가 깔려있었다.따라서 생방송으로 중계된 李총리의 이같은 언급은 결과적으로 볼때 정반대의 효과를 낸 것이나 다름없다.中英간 책 임언급은 누가 보더라도 실수라고 인정할 수 있지만 남북한문제는 말하기에따라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이다.어떻게 보면 한국측을 염두에 둔계산된「誤讀」인지도 모른다.
역시 장내의 반응도 첫번째 실수 때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李총리가 원고와 달리「中朝」(중국과 북한)를「中韓」으로 읽었음에도 첫번째처럼 폭소나 웃음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대회에 참석한 대표들이나 중국당국의 초청을 받은 각국 외교관,이번 대회를 취재하는 1천4백여명의 국내외 취재진들 모두 李총리가 誤讀했다는 사실마저도 알아채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李총리가 실수로 북한에 앞서 한국을 언급했다고 해서 기분좋아할 일도 아니고 북한이 우리보다 앞서 거론됐다고 해서 불쾌감을느낄 사안도 아니다.
그러나 무의식적으로 한국을 먼저 거론해도 전혀 이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현지분위기는 곱씹어 볼만한「변화」임에 틀림없을 것같다. [北京=文日鉉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