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인비리 못밝혀 고심-한호선 농협회장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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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韓灝鮮 농협중앙회장에 대한 검찰수사는 7일까지도 개인적 비리를 밝혀내지 못해 수사착수 배경에 의혹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은 韓회장의 소환전인 4일까지만해도『이번 수사를 통해 농협의 구조적 비리를 모두 찾아내겠다』며 韓회장의 구속수사가 농협비리척결을 위한 과정임을 강조했으나 7일에는『아직 농협의 비리중 구체적으로 드러난게 없어 수사를 더 해봐야 알수 있다』는등 주춤하는 분위기.
이와관련,이번 수사에 참여하지 않은 검찰관계자들은『통상 주요혐의자 소환에 앞서 증거수집등 충분한 내사를 벌이는 중앙수사부가 韓회장의 개인적 비리를 전혀 밝히지못한 것은 구속을 서둘렀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농협 중앙회장을 개인비리도 아닌 3억6천만원의 비자금 횡령으로 구속한데 대해『모양이 썩 좋지않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되자 검찰은 당혹스런 표정.검찰 고위관계자는『언론이 검찰 수사를 정치적.공작적 시각으로 해석하는 바람에 오해 가 생겨나고있다』면서『검찰은 국민의 의혹이 일고 있다면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韓회장이 비자금 3억6천여만원을 농협출신 지방의원출마자 18명과 14대 국회의원 출마자 1백10명에게 나눠준 혐의로 구속했으나 자금지원을 받은 의원들은 조사하지 않기로 해의문. 검찰은 국회의원 출마자에게 2백만~3백만원씩 주었다는 韓회장의 진술이 액수가 적어 신빙성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의원들 명단은 태워버렸다』는 韓회장의 진술이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지원금 규모도 적을 뿐더러 명단도 확보할 수 없 다』며의원들에 대한 수사를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발표해 수사포기 배경을 놓고 설왕설래.
○…검찰은 韓회장이 대표로 되어있는 농민신문등 농협 관계사로부터 월 2천만~3천만원정도의 판공비를 써온 사실을 밝혀냈으나개인적으로 착복하지는 않은 것으로 드러나 수사대상에서 제외했다. 검찰관계자는『韓회장이 1천4백여개 단위조합 임직원들의 경조사비를 챙기는데만 월 1천만원 이상이 들어가는등 조직이 방대한농협회장으로「씀씀이」가 당연히 클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했다』고 설명.
○…검찰이 韓회장의 개인적 치부를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인지,실제로 비자금을 개인적으로 가로챈일이 없어서인지 韓회장은 구속집행때도 자신의 행위의 정당성을 주장해 눈길.
韓회장은 5일오후 서울구치소로 가기전 검찰청사 현관에서 기자들과 만나『국회의원.지방의원 출마자들에게 돈을 준것은 이익집단인 농협을 위한 일이었다』고 항변하며 관행을 강조해 검찰을 원망하는 눈치였다.
○…농협의 일선 조합으로부터 상당한 지지를 얻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韓회장이 구속되자 검찰에 항의전화도 잇따르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7일 오전 대검 중앙수사부에는『수사검사를 바꾸라』는등 항의성 전화가 걸려오는가 하면 고위간부 사 무실에도 이같은 항의가 많았다는 후문.그러나 한 수사관계자는『韓회장을 두둔하는 전화에 못지 않게 비리를 폭로하는 전화도 많다』고 말했다. 〈權寧民.鄭鐵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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