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영수 위주 본고사 부활 과열과외.파행수업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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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내년도 입시부터 본고사를 치르는 대학이 늘면서 國.英.數 위주의 과열과외와 일선고교의 파행수업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과목당 수십만~수백만원씩 하는 그룹과외가 우후죽순격으로 등장하고 고교 수업이 국.영.수 중심으로 편성되는등 修能시험으로 간신히 조성되던 교육 정상화가 불과 1년만에 흔들릴 위기에처한 것이다.
◇과열과외=속칭 명문 입시학원들은 올봄부터 일제히 국.영.수를 중심으로한 본고사반 운영체제로 돌입했다.
서울J학원의 경우 지난해에는 修能반이 16개,본고사반이 4개였으나 올해는 17개반을 본고사반으로 하고 3개반만 修能반으로운영할 방침이다.
10~20명의 학생들을 가르치는 학원 그룹과외의 수강료는 강북은 한달에 과목당 5만~7만원,강남은 20여만원 정도지만 학원강사등이 3~4명의 학생들을 상대로한 비밀과외의 경우 과목당최소 50만~수백만원에 이르고 있다.
대학원생들이 수험생을 상대로한 입시책자를 만드는가 하면 명문대학의 교양 국어.영어.수학책들이 고교생들에게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사태도 빚어지고 있다.
학부모 李모씨(41.여.서울도봉구미아동)는『修能시험에 대비한독서.토론도 해야하고 본고사를 위해 족집게 과외도 해야할 판이어서 결국 아이들에게 2~3중의 고통만 주고 부모들도 엄청난 과외비때문에 허리가 휘게 될판』이라고 말했다.
◇파행수업=각 일선고교들은 기존의 修能위주 수업에서 탈피,본고사 준비생을 위해 정규수업과 보충수업때 국.영.수.과학등 본고사 과목에 대해 능력별 이동식 수업을 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울Y여고 宋德鎬교감은『지난해까지 수업이 끝난뒤 실시하는자율학습에 모든 학생이 참가했으나 올해는 자율학습 참가학생이 3분의1로 줄어드는등 학생들이 비밀과외.학원을 찾아다니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며『본고사 과목에 대한 과외의존 현상은 날이 갈수록 심해질 것으로 보여 修能으로 정착되려던 창의력 위주,토론중심 수업의 퇴색과 교육파행화가 크게 우려된다』고 말했다. K고 朴모교사(43)는『대부분의 대학이 본고사.내신.修能성적을 함께 반영하고 있지만 내신성적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기본점수등을 고려할때 1등급과 최하위 등급사이의 차이가 10%도 안돼 본고사만 잘보면 얼마든지 만회할수 있는게 사실 』이라며『학생들이 다른 수업시간에도 국.영.수를 공부하고 교사도 이를 묵인하는 70년대의 망국적 교육풍토가 다시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대책=교육전문가들은『일단 修能시험을 통해 창의력.탐구수업 분위기가조성되고 있기 때문에 대학 입시는 이같은 분위기를 북돋우는 방향이 돼야할것』이라며『획일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국.영.
수의 본고사 과목 대신 외국처럼 각 과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본고사로 치르게 해야만 과열과외와 교육파행을 막을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金鍾赫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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