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골프 역사' 한장상 아듀! 그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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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50번째 출전한 KPGA 선수권 1라운드에서 한장상 고문이 16번 홀 티샷을 하고 있다. [KPGA제공]

강산이 다섯 차례 변했다. 그 세월은 혈기왕성한 청년을 초로의 신사로 바꿔놓았다. '노장' 프로골퍼 한장상(67)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고문 이야기다.

한장상 고문은 21일 경기도 용인 코리아 골프장(파72.6440m)에서 개막한 제50회 KPGA선수권에 출전했다. 그의 50번째 출전이었다. 1958년 이 대회가 시작된 후 50회를 맞는 동안 그는 단 한 차례도 거르지 않고 참가했다. 68년부터 71년까지 4년 연속 우승을 포함해 모두 일곱 차례 우승했다. 대회 최다우승 기록이다.

한 고문은 50번째 출전인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하기로 했다. 그래서 제50회 KPGA 선수권은 그의 고별 무대였다.

매서운 샷을 자랑했던 그도 세월의 흐름만은 어쩔 수 없었다. 첫 홀(10번)에서 파 세이브를 하며 상쾌하게 출발했지만 두 번째 홀과 세 번째 홀에서 잇따라 보기를 했다. 17번 홀에선 트리플 보기까지 범했다. 15번 홀에서 티샷을 하다 목이 삐끗한 탓이었다. 지병인 목 디스크가 도져 결국 9홀만을 돈 뒤 경기를 포기했다.

한 고문은 "18홀을 다 마무리하고 싶었지만 목이 아파서 스윙을 할 수 없었다. 이제 더 이상 정규 대회에 출전하지 않겠다. 60세 이상만 나오는 시니어 대회만 간간이 출전하며 선수생활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70년대까지는 대회가 2개밖에 없었어. 요즘은 대회 수가 크게 늘었지만 잘 치는 선수도 많기 때문에 (KPGA선수권) 최다 우승 기록은 쉽사리 깨지지 않을 거야. 이제 은퇴한다니 시원섭섭해. 그렇지만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대만족이지. 원로들이 고생한 덕에 지금은 골프 환경도 무척 좋아져서 뿌듯해."

한장상 고문(左)에게 최상호 프로가 꽃다발을 전달하고 있다.[KPGA제공]

'노장'은 후배 선수들에게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요즘 선수들은 쉽게 포기하는 것 같아. 조금만 잘하면 우쭐하기도 하고. 정신적으로 더 강해져야 해."

한 고문은 한국 프로골프의 산증인으로 불린다. 58년 프로에 입문한 뒤 통산 22승을 거둬 '한국의 아널드 파머'로 불리기도 한다. 72년엔 일본 오픈에서 우승해 이듬해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PGA투어 마스터스에 출전했다. 본지에 지난 4월부터 3개월간 남기고 싶은 이야기 '군자리에서 오거스타까지'를 연재하기도 했다.

1라운드에선 중견 골퍼 전태현(40)과 대기 순번표를 받고 출전한 박성국(19)이 각각 4언더파를 쳐 공동선두에 나섰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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