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문화>美 최고 인기 흑인 소프라노 캐슬린 배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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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미국 오페라계에서 인기절정을 누리던 흑인스타 캐슬린 배틀(45)이 안하무인격 행동으로 소속 오페라단에서 해고당해 그녀의 재능을 아끼는 팬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뉴욕의 메트러폴리턴 오페라단은 최근 신춘무대에 올릴 도니제티의 작품『연대의 딸』배역에서 배틀을 제외하고『그녀의 행동이 정상을 찾을 때까지 어떤 작품에도 기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메트러폴리턴 오페라단이 내세운 해고 사유는 그녀의 평소 행동이 프로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현재로선 그녀가 오페라단의 성공을 보장하는「흑진주」일지 몰라도 그냥 두었다가는 단원들간의 예술적 화합을 깨뜨려 엄청난 화를 부를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녀의 해고 소식이 전해진 뒤 세계 오페라계의 반응도『배틀자신의 예술세계나 오페라계의 발전을 위해 잘한 일』이란 쪽이어서 당분간 배틀에겐 무대가 주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타임지가「세계 최고의 소프라노」로까지 격찬한 배틀이 인기 절정에서 추락해야했던 프로답지 못한 행동이란 도대체 어떤 것일까. 오페라가수는 생명과도 같은 성대가 기후나 신체적 변화,심지어 주변 사람들의 감기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예술가중에서도 신경이 가장 예민한 축에 든다.그런 점에서 어지간한 행동도 용서받는다.
그러나 예측을 불허하는 배틀은 오페라가수들의 생리를 잘 아는오페라계에서조차「구제불능」이란 소리를 들었다.메트러폴리턴 오페라단의 다른 동료들이 그녀의 해고소식을 전해듣고 박수를 쳤다는사실도 그녀의 행동을 충분히 짐작케 하는 대목 이다.
그녀는 공연에 펑크를 내기 예사였고 순회공연때『호텔 룸 서비스가 형편없다』고 그 자리에서 지적하면 될 것도 꼭 다른 도시에 있는 매니저를 찾아 신경질을 부렸다.언젠가 캘리포니아주 공연때는 승용차안이 서늘하다고 카폰으로 굳이 뉴욕의 자기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어 투정을 부리기도 했다.
또 리허설에 빠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데다 리허설에 참여해서도자신이 연습할 때는 다른 동료 가수들에게 자리를 비키도록 요구했다.해고당하기 직전에도『연대의 딸』에서 공연할 예정이던 베테랑급 동료 오페라가수 로절린드 엘리아스(64)를 다른 사람으로교체하라고 고집을 부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오만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해고 직전까지 그녀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듯했다.1m60㎝의 적당한 키에 맵시있는 몸매,진주가 구르는 듯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무대에 서면 언제나 청중을 사로잡았다.출연료가 1회에 4만달러나 되지만 그녀의 이름만 내걸면 성공을 보장받을 정도로 인기가 대단했다.
그녀의 음반은 장르에 관계없이 나오기만하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최근에는 이츠하크 펄먼.윈튼 마셜리스등과 함께 음반을 발표하기도 했다.
신시내티대학 음악컨서버터리를 졸업한 그녀는 72년 데뷔 직후부터 특유의 나긋나긋하고 감미로운 목소리로 모차르트의『돈 조반니』,슈트라우스의『장미의 기사』등에 출연하며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그때만해도 그녀는 때묻지 않은 순진함으로「미 국에서 가장사랑스런 소프라노」라는 칭송까지 들었다.
〈鄭命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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