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디나르화 강세…파병앞둔 한국에도 부담줄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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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디나르가 전쟁이후 계속 평가절상돼 경제재건의 불안요소로 등장하고 있다.15일 '사담 디나르'로 불리우던 舊지폐의 교환 마감일을 전후로 이라크 디나르의 가치는 연일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파병을 앞두고 있는 한국정부에게도 심각한 재정적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9월말까지 미화 1달러에 2천 디나르 정도로 전쟁 종료이후 현지화 가치에 별다른 변동이 없었다.그러나 지난 해 10월 15일 신권이 유통되면서 갑자기 현지화 가치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1월 13일 경에는 1천4백50디나르까지 평가 절상되기에 이르렀다.전쟁 종료 직후인 작년 4월 3천디나르에 비하면 두배 이상이나 가치가 상승한 셈이다.

14일에는 하루동안 디나르화가 달러당 1천4백에서 9백디나르까지 절상되는 기현상이 발생했다.지난해 10월 15일부터 시행되던 이라크 화폐교환 작업이 마무리 되어 이달 15일 부터 신권만이 공식적으로 통용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14일 일부 이라크 은행들은 환율폭이 안정될 때 까지 환전업무를 중단했고 환전거래는 사설 환전소나 암달러 상을 통해서만 거래됐다.다행히 15일 이후 환율은 다시 1천 4백선에서 안정되고 있다.

현지 전문가들은 14일 폭등현상에 대해 후세인 초상화가 새겨진 구화폐가 더이상 통용되지 않게 되면서 신권 디나르의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 일시적인 공급부족현상이 발생했다고 진단했다.그러나 이라크의 알자만 신문은 "15일 신권의 공식적 통용일을 앞두고 디나르화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심리에 따른 환차익을 노린 주변국 업자들의 디나르 매입러쉬가 환전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이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경제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지화 가치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것.이같은 이상현상으로 이라크 경제에 심각한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다.달러로 결재하고 대부분 현지화로 판매하는 수입.도매상들은 현지화 가치 상승을 크게 반기고 있다.단기적으로 현지화 가치상승이 수입 증가에 기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석유 수출 및 외국 원조자금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경제여건상 현지화 대비 달러가치 하락이 몰고올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달러 월급을 받는 미국 등 외국기관 취업 현지인들은 가만히 앉아서 소득이 줄어듦에 따라 현지화로 바꿔서 급여를 지급해 주거나 달러 급여 인상을 호소하고 있다.현지화 가치가 오른 만큼 현지화 표시 수입상품 가격을 낮추지도 않고 있고, 석유 등 생필품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금년중 석유 수출로 약 1백12억달러, 미국 등 주요국으로부터의 재건자금 2백억달러 등이 들어올 예정이나 환율 인하폭 만큼 현지화 환산 가치가 낮아지게 돼 있어 궁극적으로는 복구 프로젝트 추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더욱이 파병예정국가와 이라크 경제재건에 참여하고 있는 외국기업들은 더 심각한 문제를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당초 달러로 추정한 경비지출이 두 배이상 오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런던에 본부를 둔 세계적 경제전문기관인 이코노미스트사가 예측한 바에 의하면 2004년말까지 달러당 1,150 디나르까지 평가절상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반면 일부 중동경제 전문가들은 이같은 기형적인 디나르 평가절상 현상에 대해 주요 투자 및 교역국인 미국이 머지않아 개입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바그다드 무역관의 김규식 관장은 "현지화 강세에 따라 이라크 시장의 대외 구매력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나 현지 환율변동폭이 매우 불규칙 하여 거래조건 수립 및 계약시 수출자의 주의가 요망된다"고 언급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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