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문화 동반자관계로 자리매김-문화적 소양 국제화에 필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최근들어 문화를 보는 기업체들의 시각이 두드러지게 변하고 있다. 우루과이 라운드(UR)타결로 문화가 훌륭한 경제재로 인정받음에 따라 각 기업들이 이미지 제고 차원에서 공연단체를 운영하거나 문화활동을 지원하던 단계에서 벗어나 문화를 기업활동과 동반자적 관계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기업체들은 또 국제화.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문화적 소양없이는진정한 국제인이 되기는 불가능하다고 판단,사원들을 문화의 장으로 적극 끌어들이고 있다.
금호그룹의 금호문화재단은 최근 금호 현악4중주단의 공연기획에서부터 홍보.음반출반까지 모든 예술활동을 전문음악매니지먼트사인미추홀예술진흥회에 맡기는 계약을 체결,음악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이에 자극받아 매니지먼트 계약을 서두르는 공연단체들이 많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기업들의 예술단체 지원은 쌍용그룹(코리안 심퍼니).쌍방울(서울심퍼니)등과 같이 주로 예산만을 지원하거나단발성 공연 협찬에 그치는게 상례였다.그 경우 연주단체가 지원기업의 투자의도를 충분히 반영하기가 어렵다는 사 실에 비추어볼때 전문매니지먼트를 두는 것은 한발 앞선 예술지원형태라고 볼 수 있다.
무용과 국악등 그동안 소외되었던 예술장르에 관심을 돌리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상업은행이 지난 11일 세종문화회관 주최로 열린 설날맞이 국악대공연에 5천만원을 내놓았으며,하나은행.외환은행 등이 구성한국립발레단후원회에서는 매년 발레유망주 2명을 뽑아 해외연수를 보내기로 했다.사원들의 문화적 소양을 높이려는 기업들의 노력도새로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주택은행의 경우 올해부터 사원집합 연수과정에 클래식 음악강좌를 1주일에 2시간씩 실시,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전사원을 대상으로 한 이 강좌는 클래식 전문가를 초빙,클래식 감상법과 클래식음악역사 등을 들려줌으로써 클래식에 대한 상식 을 높여주기위한 것이다.
이 은행 연수부의 박성범대리는 『외국인들과 만나서도 그들의 음악을 쉽게 이야기할 수 있고 딱딱한 교육분위기를 부드럽게 할수 있어 좋다』면서 앞으로는 클래식강좌를 1주일에 4시간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단법인인 고등기술연구원의 경우 KBS교향악단의 정기회원권을구입,전직원에게 클래식을 감상할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KBS교향악단의 정기회원권 80장을 구입,전체 연구원 2백명에게 1년에 3회씩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연주회를 즐기 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형태의 문화지원은 사원복지향상.예술애호인 저변확대.예술단체 지원이라는 효과를 동시에 거둘수 있어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문화체육부는 기업과 문화예술의 공동발전을 꾀하기 위해 기업체들이 기업문화후원회를 구성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문화체육부의 심용원사무관은 『UR타결로 문화적 뒷받침 없이는기업이 국제경쟁력을 갖출수 없다는 것이 확인되었다』고 말하고 『기업체와 문화예술계간의 상호후원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鄭命鎭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