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3단계 회담일정 제시요구/사찰단 비자발급 늦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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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입국과 동시 발표」 믿지 못해/미선 사찰 성공·남북대화 조건 내걸어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팀의 입국비자 발급을 자꾸 늦추는 것은 미국과의 3단계 고위급회담 일정을 미리 잡기 위한 전략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과 미국은 사찰팀이 입북하면 3단계 회담 일자를 발표키로 합의했으나 북한은 사찰을 수락한 만큼 회담일자를 미리 정하고 요구하며 IAEA 사찰팀의 비자발급을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한승주 외무장관도 북한이 사찰수용을 후퇴할 가능성은 없지만 비자발급 지연은 『미국과의 약속에 대한 좀더 확실한 조치의 양해를 바라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한바 있다.
북한이 사찰팀의 입북에 앞서 미국의 3단계 회담 일정제시를 요구하고 있는 것은 미국이 과연 3단계 회담을 개최할 것인지에 대한 강한 의심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이같은 주장에 3단계 회담날짜를 미리 잡을 수 있으되 IAEA 사찰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남북대화에 의미있는 진전이 이뤄져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이 3단계 회담 날짜를 사전에 정하는데 난색을 표시하는 것은 날짜만 미리 정해두면 북한이 남북대화에도 소극적으로 나올 가능성을 우려한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국제핵사찰팀이 북한에 들어가 사찰을 본격화하는 것은 이번주중 뉴욕에서 재개될 북한­미 접촉에서 3단계 회담 일정이 정리된 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당국자는 『미국은 작년 12월29일 북한과 합의한대로 북한이 IAEA 사찰을 수락하고 남북대화에 진전이 있으면 올해 팀스피리트훈련을 중단하고 3단계 회담을 개최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박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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