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을살리자>17.토종고추 재배지 경북 영양군 수비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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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고추마을 경북영양군수비면오기리.
뛰어난 맛에도 불구하고 수확량이 떨어져 멸종 위기에까지 몰린토종고추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이 마을은 가을이면「수비초」「칠성초」등 빨간색 토종고추들로 紅海를 이룬다.
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대부분 수비초만 심을 정도였으나 곰팡이로 인한 역병 피해가 심한데다 개량종의 보급으로 경작면적이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수비초의 맛을 잊지 못한 농민들이 집에서 먹기위해 조금씩 심어 명맥을 유지해오던 것을 영양군이 지난해 지역 특산물로 지정해 재배를 권장하면서 92년 1㏊까지로 줄어들었던 경작면적이 지난해에는 5㏊로 급격히 늘어났다.칠성초도 지난해 경작면적이 15㏊로 늘어나는 등 토종고추의 재배면적이 증가추세로 돌아섰다.
20년간 수비초를 심어왔다는 金基滿씨(59.수비면오기1리)는『달고 매운 맛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최고의 고추여서 80년대초까지만 해도 씨만 팔아도 영농비를 벌 정도였다』고 말했다.
더구나 산골마을인 이 지역은 비탈지고 모래질이 많은 땅이어서물이 잘 빠지는데다 일교차가 심해 당도높은 고추 생산에 최적지로 손꼽혀 왔다.
이같은 자연조건때문에 수비면 농민들은 옛날부터 고추농사를 주업으로 삼아 재배면적이 전국의 3.3%(2천5백68㏊),생산량은 3.7%(6천4백t)나 될 정도로 단일 지역으로는 가장 큰고추단지를 이루고 있다.
영양군은 특히 우루과이라운드(UR)협정 타결로「우리 것」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분위기를 활용할 경우 토종고추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보고 올해 32억원을 들여 청정고추 생산을 위한 지원에 나서고 있다.
또 경북大 원예학과 金炳洙교수가 개발한 역병에 강한 수비초의현지 적응재배시험을 실시해 성과가 있을 경우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확대 보급할 방침이다.
[英陽=洪權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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