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3대 주체 움직임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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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수급은 재료에 앞선다. 증시 격언이다. 아무리 가치가 없어도 '사자'세가 몰리면 주가는 오를 수밖에 없다. 반대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금처럼 시장이 출렁일 땐 3대 주체의 행보에 따라 장세가 좌우된다.

◆외국인=17일에도 외국인은 9000억원 넘게 팔았다. 6월부터 외국인이 판 물량은 14조원을 웃돈다. 이로 인해 시가총액 기준 외국인 보유 비중은 34.3%까지 하락했다. 2003년 대세상승장이 시작된 이래 최소 수준이다. 외국인이 한국에서만 파는 것은 아니다. 전날 대만에서도 1조원 넘게 팔았다. 신용경색 우려로 신흥시장 자금을 일제히 정리하고 나선 셈이다.

우리투자증권 이윤학 연구위원은 "최근 파는 자금은 헤지펀드 쪽인 것 같다"며 "다른 손실 펀드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한국에서 무차별적으로 팔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글로벌 금융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외국인 매물은 당분간 나올 것"이라며 "그러나 선진국 시장에 투자하는 펀드 자금은 꾸준히 국내로 유입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개인=개인투자자들은 16일엔 7000억원어치를 팔았다. 업계에서는 신용으로 산 주식의 주가가 떨어지면서 반대매매(담보주식의 가치가 떨어진 경우 증권회사가 임의로 주식을 처분하는 것)가 들어올 것을 우려한 개인들이 투매에 나선 것으로 풀이한다. 실제로 신용융자 비율이 2%를 웃돈 증권주가 13% 가까이 하락한 것을 비롯해 신용융자 비율이 높은 종이목재.의료정밀.기계업종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대신증권 구희진 리서치센터장은 "신용물량이 매물로 나오면 지수를 끌어내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17일 개인은 45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그간 급격한 상승에 매수 기회를 놓친 개인들이 급락을 기회 삼아 시장에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증권사를 비롯해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까지 나서 "저가 매수의 기회"라고 평가하는 것이 개인 매수세의 힘이 되고 있다.

◆기관=외국인 매도세의 버팀목이 돼준 것은 펀드 자금을 바탕으로 한 기관의 매수세다. 매일 2000억원 안팎의 자금이 국내 주식형 펀드로 유입되면서 지수를 방어했다. 그러나 펀드 환매 요구가 이어진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신영증권은 "올 초 주식형 펀드로 유입된 자금의 평균 주식매수 단가는 코스피지수 1700~1750선"이라며 "1700선 이하에서는 원금 손실을 보는 투자자가 많아질 것"으로 봤다.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펀드투자자는 원금 손실에 민감하기 때문에 1700선 이하에 머문다면 환매에 나설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게다가 지수 하락이 지속되면 기관의 로스컷 물량까지 나와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 로스컷은 주식 매입단가보다 주가가 10~20% 하락할 경우 기관이 손절매에 나서는 것을 뜻한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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