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항구적 무파업 선언한 서복호 동국제강 노조위원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파업을 하지 않더라도 근로자들에게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다 줄수 있는 길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항구적 무파업」 선언을해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부산시남구용호동 동국제강(株) 부산제강소의 徐福鎬노조위원장(38).
徐위원장은 『잦은 파업 때보다 오히려 파업하지 않고 노사문제를 풀어나갔을때 근로자들에게 더 많은 이익이 돌아간다』며 무파업 신념을 굳혔다.연간 매출액 8천억원,노조원 1천여명으로 민간 철강업체로선 최대 규모의 철강업 노조를 이끌고 있는 徐위원장은 일찍부터 노사화합을 전파해온 탓에 강경 노조로부터 한때 「이단」으로 불리기도 했다.
徐위원장을 주축으로 한 노조집행부가 다른 업체 노조의 따가운눈총을 의식하면서도 초유의 항구적 무파업 선언을 할수 있었던 것은 3년 가까이 노조를 이끌어온 경험 때문.
91년9월 현 노조집행부가 들어선뒤 부산제강소에서는 지금까지붉은 띠를 둘러맨 파업을 한 적이 한번도 없었지만 거둔 성과는격렬한 파업때보다 훨씬 많았다는 것이 수치상으로도 확인됐던 것이다. 실제로 부산제강소 노조는 성과급 지급에서도 92년말 1인당 평균 60만원선이던 것을 지난해말에는 「조용한 협상」을 통해 배 가량인 1백20만원으로 끌어올려 근로자들의 호응을 받기도 했다.
이외에 전임 노조집행부가 추진하다 사기사건에 휘말려 몇년째 표류하던 주택조합(2백40가구)문제도 회사측의 적극적인 지원을이끌어내 11월 입주가 가능하게 해놓는등 여러가지 가시적인 성과를 얻어냈다.
또 이번 무파업선언 배경에는 철강업계의 좋지못한 환경도 한몫했다.원자재 값도 대폭 올랐고 국제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져 업체의 목을 조여왔다.
그렇다고 상품값을 올리거나 근로자들의 임금을 낮출수도 없어 근로자들의 생산성 향상외에는 돌파구가 없다는 위기의식이 무파업선언 계기가 됐던 것이다.
근로자들은 이번에 순수한 「선언적인 의미」의 무파업 선언외에도 스스로 몇가지 의미있는 결의를 다지기도 했다.
근로자들은 생산성 향상을 위해 1人3技터득.1인1외국어배우기운동에 나섰고 10% 저축더하기운동도 함께 시작했다.
이같은 근로자들의 자발적인 노력에 대해 회사측에서는 앞으로 해고등의 근로자 신분불안을 유발하는 일은 하지 않기로 했고 복지향상에 적극 힘쓰기로 약속했다.
업무과장비반에서 지게차.크레인 운전을 하다 노조 사령탑에 오른 徐위원장은 『이번 무파업 선언이 다른 업계에도 좋은 영향을미쳐 나라 전체 경쟁력 강화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釜山=鄭容伯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