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이냐 국제화냐 … 중국 미술계 논란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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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세계가 중국현대미술을 주목하는 것은 이를 통해 중국의 현재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전시를 위해 방한한 국립 중국미술관 판디안(사진) 관장은 16일 기자회견에서 중국 현대미술열풍에 대해 이렇게 자평했다. 고궁박물원이 중국의 국립중앙박물관에 해당한다면, 근현대 미술을 다루는 중국미술관은 국립현대미술관이다. 중앙아카데미 미술관학 교수 출신인 판 관장은 국내 미술계에서도 친숙한 인물이다.

그는 세계적 스타작가인 장샤오강의 대표작 ‘대가족’을 거론하며 “중국의 역사적 가족에 대한 추억을 불러 일으키고 있어 서양인들이 중국에 대해 갖고 있는 상상력을 만족시키는 작품”이라 평가했다. 그러나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는 작가 몇 명이 중국 미술 전체를 대변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이번에 중국미술관이 한국에 소개하는 50명의 작가들은 대부분 1970년대생인 차세대 유망작가들이다. 이미 세계미술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장샤오강·웨민준 등이 1980∼90년대의 경향을 반영한 작가들이라면 이들은 ‘21세기 작가’라 할 수 있다.

이들 신예들로부터 촉발된 중국 미술계의 새로운 경향을 이번 전시 주제인 ‘부유(浮遊)’로 추렸다. 그는 “매일 아침 출근길에 어제와 다른 모습을 본다고 말할 정도로 중국은 요즘 급속한 도시화를 겪고 있으며, 과거의 밀폐에서 벗어나면서 미술계도 전통과 갈등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속에서 자리를 못 잡고 떠다니는 것이 중국 젊은 작가들의 마음 풍경이라는 얘기다.

또한 개방사회·탈사회주의로 가는 중국에 대한 관심에서 중국현대미술에 대한 관심이 촉발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중국 현대미술은 소비에트 붕괴 시기 러시아 작가들의 작품이 반짝 주목받았다가 흔적없이 사라진 전철을 밟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체제변화를 미술장사의 기회로 삼아선 안된다는 지적이다.

"개혁개방 30년이 되어 가면서 전통이 우선이냐 국제화가 우선이냐는 중국 현대미술의 논란거리다. 그러나 사회가 서구문화를 받아들인다 해서 예술에서도 서구문화를 무조건 모방하고 추종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생각도 분명히 했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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