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랬다 저랬다 하는 정책(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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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나라의 정책이란 뚜렷한 목적과 구체적 현실에 근거해서 세워지고 집행돼야 한다. 명분에도 맞아야 하고,현실적용에도 무리가 없어야 올바른 정책일 수 있다. 더구나 한 나라의 장래가 걸려있는 교육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일은 보다 신중하고 치밀해야 하는데 그렇질 못해 걱정이다. 명분에만 치우쳐 현실의 어려움을 외면한다든지,부처간의 손발이 안맞는 정책이 불쑥 튀어나왔다가는 흐지부지 사라지기도 한다. 아니면 인기영합식 정책에만 골몰해서 현실 적용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명분에만 치우쳐 현실적용에 실패한 경우가 바로 국민학교 육성회비 폐지방침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서 획기적으로 단행한 조처가 불필요한 행정규제 완화정책이었다. 물론 원칙적으로 해야 할 일이었고 방향도 옳았다. 그래서 교육부는 의무교육으로 돼있는 국교에 육성회비가 웬말이냐고 해서 올해부터는 그것을 없애기로 정책을 바꿨다.
1년에 6대 도시 국교생이 1만2천원꼴로 내는 별 부담없는 돈이지만 정부예산에 반영키로 해보니 그 돈이 자그마치 2백73억원이다. 예산편성을 맡은 경제기획원측의 반발이 심할 수 밖에 없다. 교육비 확충을 주장하는 교육부가 어째서 기존의 수입까지 줄여가면서 정부예산은 늘려달라고 하느냐는 것이다.
정부예산에 반영되지 않으니 육성회비 폐지정책은 도로아미타불이 될 수 밖에 없다. 이러니 정부 정책이 공신력을 잃게 되고,정부에 대한 신뢰감이 떨어지게 된다. 지난번 유류세 결정도 부처간의 의견환도 없이 이랬다 저랬다 해서 기름값을 올렸다 내렸다 하더니 육성회비 폐지건도 같은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있다. 뿐인가,택시값은 올렸지만 부처간 손발이 안맞아 미터기 조정에 몇달씩이나 걸리게 되었다고 한다. 이 모두가 국민의 정부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일이다.
인기영합식으로 주장만해놓고 실천하지 못하는게 교육재정 확충방안이다. 대선때부터 「교육대통령」에 교육재정의 GNP 5% 확충을 내걸었지만 교육재정을 늘리려는 의지보다는 숫자놀이로 교육재정의 비율을 높이는 방안만 검토된 적이 있을 뿐이다. 93년에 3.7%인 교육재정에 학생부담의 수업료까지 합쳐 93년 현재 이미 GNP의 4.4%에 이르렀다는 주장이나 하고 있다.
어떤 정책이든 현실을 무시하고 명분에만 치우쳐서는 정책의 실효성을 거둘 수 없다. 인기위주의 무책임한 정책만을 개발해서도 안된다. 부처간의 상호 유기적이고 긴밀한 공조체제 아래 검토·추진되지 않고서는 어떤 정책도 실현성과 적합성을 지닐 수 없다. 최근 몇몇 사례에서 확인된 정부의 부실한 정책입안과 정부의 정책은 보다 신중하고 엄정하게 검토·집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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