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신용도가 낮은 사람에게 높은 금리로 빌려주는 주택담보대출) 부실 도미노가 세계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다. 증시가 맥없이 무너지고 부실 여파는 우량 담보대출·기업어음(CP) 시장으로 확산하고 있다. 대형 금융사의 손실도 속속 드러난다. 여기에 엔캐리 트레이드(저금리의 엔화를 빌려 고수익 상품에 투자)의 청산 우려가 떠오르면서 불안을 더하고 있다.
우량 주택담보대출 부문과 CP로도 확산한다는 경고도 끊이지 않는다. 투자은행 메릴린치의 데이비드 로젠버그 이코노미스트는 “사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 서브프라임 부실이 CP 시장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CP 시장은 신용도가 높은 기업들이 단기자금을 조달하는 우량한 시장이다. 캐나다의 금융회사 컨벤트리는 최근 9억5000만 달러의 CP 매각에 실패했다. 신용 우량자에 대한 대출금리도 오르고 있다. 대표적인 우량대출인 점보론 금리는 최근 7.35%로 2002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일부에선 아직은 금융 부문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부실의 도미노가 실물 경제로까지 번지고 세계 경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다.
◆심리적 요인이 더 커=BNP파리바 환매 중단 사태(9일) 이후 세계 증시는 유럽→미국→아시아의 연쇄 하락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아시아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한 다음날인 15일(현지시간) 미국 다우존스 지수는 전날보다 167.45포인트 떨어졌다. 불과 한 달여 전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1만4000선을 돌파했던 지수가 5일 연속 하락해 1만3000선이 무너진 것이다. 뉴욕증시의 하락은 전날 투자운용사 센티널 매니지먼트의 환매 중단 요청이 알려진 데 이어 미국 최대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업체인 컨트리 와이드 파이낸셜의 파산 가능성이 언급된 게 큰 영향을 미쳤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15일 70억 달러의 자금을 시장에 긴급 투입했으나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유럽·일본 증시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시장 안정을 위해 유럽중앙은행(ECB)과 FRB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은 단기적인 해결책밖에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다. 미국 기업들의 실적은 좋다지만 역시 큰 영향을 못 미친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현재 상황으로는 거대 은행이 위기에 처해 있다고 볼 이유가 없다. 투자자들이 무분별하게 ‘탈출’을 향해 달려 나가 얻을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염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