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공해 올림픽(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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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5공시절 땅굴소동이 일어났을 때 북한이 사용한 땅굴 굴착기가 노르웨이제라는 설이 나돌았다. 겨울올림픽이 열리는 노르웨이 하면 그래서 땅굴이 먼저 생각난다. 사실상 노르웨이는 터널공사와 폭파기술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을 자랑한다. 그 탓인지 이번 릴레함메르의 겨울올림픽에서 가장 큰 관심의 대상도 뜻밖에 땅굴 아이스링크가 되고 있다.
노르웨이가 사상 두번째 겨울올림픽을 유치하면서 내건 깃발이 무공해 올림픽이었다. 92년 알베르빌 올림픽이 환경오염으로 생태계를 파괴했다는 비난을 받자 릴레함메르 시민들과 주최측은 산속 동굴 링크를 착안했다. 산속에 거대한 동굴을 뚫어 산중 콜로세움을 만들겠다는 착안이었다. 세계적 건설회사인 바이데커와 다이노 등 폭파전문 업체가 참가해 세계 최대의 동굴 아이스링크를 건설했다. 유빅 마은틴 아이스 홀이라는 이름의 이 경기장은 높이 25m,5천평에 이르는 거대한 동굴로 5천5백명의 관중이 아이스하키를 관람하고 수영도 할 수 있다.
자연경관을 전혀 해치지 않는다는 무공해 원칙을 지켰고 냉난방 유지비를 절반이상 줄일 수 있다는 경제적 장점도 있다. 릴레함메르의 무공해 올림픽 원칙은 스케이트장 건립에도 지켜졌다. 바이킹족의 후예임을 보이는 뒤집힌 해적선 지붕모양을 한 경기장이 애초에는 아케르스비카 호숫가에 세워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곳이 철새 도래지라는 이유 때문에 육지쪽으로 위치를 바꾸었다. 링크 조명이 철새를 방해한다해서 조명 각도까지 바꾸는 세심한 배려도 했다.
릴레함메르는 수도 오슬로에서 1백80㎞ 떨어진 인구 2만3천여명의 소읍. 노르웨이 최대의 호수 뮤에사호에 위치해 천혜의 절경을 자랑하고 있다. 그 때문에도 자연경관을 해치지 않으려는 시민과 주최측의 노력은 각별하다. 심지어 시커먼 매연을 유발하는 성화까지 연료를 가스로 바꾸어 완전 연소시키는 방법까지 고안했고 경기장내의 셔틀버스도 전기차로 바꾸었다. 또 릴레함메르 시가 주변의 나무에는 모두 분홍 및 리번을 달아놓았다. 리번에는 나무의 값이 매겨져 있다. 만약 이 나무를 손상하면 그 값에 해당하는 벌금,줄잡아 7천달러 이상을 물게 된다.
2002년 무주 겨울올림픽 유치계획을 세운 우리로서는 무작정 유치만을 생각할게 아니라 무엇을 위해서 어떻게 치르겠다는 목적과 계획이 보다 뚜렷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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