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우려 불구 군사적 징후 적다-한반도 위기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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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한 核문제 타결을 위한 美-北韓간 협상이 막바지 진통을 겪고있는 가운데 최근 한반도의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면서 과연 그 실체가 무엇인지가 관심이다.
한반도에 또 다시 긴장이 고조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은 韓國보다 對北韓 군사정보를 거의 독점하고 있는 美國쪽에서 흘러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는 무게를 지니고 있다. 이른바「한반도 위기설」로 요약되는 일련의 우려섞인 관측들은최근 美정부의 한반도에 대한▲패트리어트 미사일및 아파치 헬기 배치 계획▲美7함대 소속 항공모함 배치▲국가정보지원팀 파견▲제임스 울시 美중앙정보국장의 방한등 크게 네가지 사 실에서 긴박감을 준다.
그런가하면 한반도 정세를 보는 美의회나 언론의 시각도 결코 심상치만은 않아 보인다.
의원들이 핵의 한반도 재배치나 무기판매를 제안하고 있고,美하원 민주당 정책연구기관인 민주당연구그룹(DSG)은 최근『북한 核문제 해결에는 외교적 노력이 중요하지만 최악의 경우 군사작전을 벌이면 미국은 4개월만에야 승리할 수 있을 것 』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核문제로 인한 한반도 유사시 美 전투부대의 절반가량을 투입할계획으로 최종승리는 확실하나 이 과정에서의 희생은 매우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민주당 연구그룹이 밝힌「전쟁개시 4개월 이후 승리설」의 근거는 실제로 韓美연합작전의 교범이랄 수 있는「작전계획 5027」과 비슷하다.
美언론들도 핵문제의 해결시한이 임박하면서 패트리어트 배치등을잇따라 보도하며 위기설을 강조하고 있다.그러나 한국정부의 입장은 이같은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靑瓦臺가 잇따른 美國의회와 언론보도에 특별한 해명을 하는가 하면 국방관계자들도 위기설에 의문을 갖고 있다.
물론 李炳台 국방부장관은 지난달 20일 金泳三대통령에 대한 올해 업무보고에서『북한이 유일한 무기인 核카드가 난관에 봉착하거나 체제가 위기에 처할시에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對南무력도발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李장관의 이 발언은 그러나 국방을 담당하는 장관으로서 만반의대비를 강조하는 차원의 것이지 실제 합참이나 정보분석가들은「위기」를 말할 근거를 갖지 못하고 있다.
지난 연말 위기설이 대두될 때도 국방부는 근거가 없다고 해명했었다. 이같은 위기와 관련된 정부의 분석은 국민들의 불안을우려한 정치적인 계산이나 핵문제가 잘못되면 한국이 큰 피해를 볼 가능성을 우려해 어떻게든 대화로 해결해야한다는 강한 의지의표시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러 정황들을 종합하면 美國에서 유포되는 위기설이 조금은 과장된 면이 없지 않다.
요컨대 군당국자들은『작년 12월부터 동절기 훈련에 들어간 북한군의 움직임을 면밀히 관찰해오고 있으나 아직까지 對南도발과 관련한 군사적 징후는 포착되지 않고 있다』고 결론짓고 있다.
駐韓美軍과 국방부.합참의 정보관계자들은 북한이 平壤.元山등 전방지역에 1백70㎜ 장거리 미사일과 2백40㎜ 방사포 집중배치등을 비롯,미사일기지.비행장.포진지.군수공장등 지하시설 보강공사에 부쩍 주력하고 있지만 직접 도발징후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북한은 매년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4개월 동안 사단급 이상 규모의 동절기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으며 우리쪽도 지난 연말부터 다음달까지를 시한부 전투대비태세 기간으로 설정하고있다. 북한군의 이번 겨울훈련 기간중 특이한 움직임으로는 80년대 후반이후 계속 감소추세를 보였던 해.공군 훈련을 부쩍 강화했으나 이는 도발보다는 제재에 대비한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이들은 또 북한이 실제 核폭탄을 보유하고 있다해도 현재이를 사용할 수는 없으므로 실질적인 위협은 核이 아니라 휴전선일대에 전진배치돼 있는 1백70㎜,2백40㎜ 등 재래식 미사일이라고 보고있다.
美國에서 한반도 위기설이 계속 제기되며 무기배치가 거론되는 것이 침체국면에 빠져있는 美 군수산업의 활로를 되찾기 위한 미국내 보수우익 세력에 의한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그같은 시각도 강력하다.
어느 것이 위기설의 실체이든 核문제가 오는 21일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를 고비로 원만히 타결되지 않아 제재로 이어질 경우 한반도는 위기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고 그 위기는 탈냉전후 새롭게 조성되고 있는 국제질서를 흐 트러뜨릴수 있어 치밀한 분석과 대응이 요구된다.
〈金埈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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