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 인터넷 공동구매 사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9면

회원수가 4만5천명에 이르는 인터넷 디지털 카메라 동호회에서 한 회원이 "싼 값에 단체로 카메라를 살 수 있다"며 5천여만원을 끌어모은 뒤 잠적한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그동안 인터넷 쇼핑몰이 공동구매 등을 내걸고 구매자들을 현혹하는 사건은 종종 있었으나 유명 동호회에서 매니어 회원들을 상대로 공동구매를 내건 사기극이 벌어지긴 처음이다.

18일 포털사이트 다음 카페의 디지털 카메라 동호회와 경찰에 따르면 이 동호회 사이트에 "시중에서 90만~1백35만원인 카메라를 공동구매로 75만~1백30만원에 사주겠다"는 글이 올라온 것은 지난해 12월 20일. 글을 올린 李모씨는 자신을 일본 카메라회사 S사의 한국지사 영업사원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와 ARS 전화번호까지 사이트에 남겼다.

헐값 판매 소식에 회원들의 관심이 커지자 이 동호회의 운영자 조모(27)씨는 李씨가 남긴 휴대전화로 연락해 "최근 신제품이 나와 싼값에 팔게 된 것"이라는 설명을 듣고 속아넘어가 추천글까지 올렸다.

이후 회원들은 카메라 값을 李씨의 계좌로 송금했다. 그러나 입금자들에게 지난 16일부터 배송하겠다고 약속했던 李씨는 이날 갑자기 종적을 감췄다.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자만도 50여명에 송금액은 5천여만원.

운영자 조씨는 "그동안 인터넷 공동구매로 문제가 생긴 적이 없었고 李씨와도 10여차례나 통화해 큰 문제가 없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전국에 6백만개가량 개설된 인터넷 커뮤니티 중 대형 동호회의 상당수가 정기적으로 벌이는 공동구매는 특정 제품을 갖고 싶어하는 회원들끼리 이를 싸게 공급할 수 있는 업체와 협의해 대량 구매를 통해 가격할인을 받는 식으로 진행된다.

배노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