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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 216. 갈매기살, 제비추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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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고깃집의 차림표에 적힌 갈매기살.제비추리가 혹 갈매기.제비 고기가 아닌가 의아해 하거나,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궁금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갈매기살'은 돼지고기의 '가로막살'에서 온 말이다. '가로막'은 배와 가슴 사이에 가로놓인 근육질의 막으로, 한자어로는 횡격막(橫膈膜)이라 한다.

'갈매기살'로 변화하는 과정을 보면 우선 '가로막'에 접미사 '-이'가 붙어 '가로막이'가 되고, 다시 'ㅣ'모음 역행동화를 일으켜 '가로맥이'로 바뀐다. 이를 소리대로 적으면 '가로매기'가 되고, 'ㅗ'가 탈락하면서 'ㄹ'이 앞 글자의 받침으로 옮겨져 '갈매기'가 됐다.

신발 안쪽 바닥에 까는 얇은 가죽(안창)처럼 생겼다고 해서 '가로막살'을 '안창살(안창고기)'이라고도 한다. 보통 돼지고기는 '갈매기살', 쇠고기는 '안창살(안창고기)'로 구분해 부른다.

'제비추리'는 갈비 안쪽 흉추(가슴등뼈)의 몸통을 따라 길게 붙어 있는 띠 모양의 근육 살을 말한다. 갈비에 붙은 이 고기를 손으로 잡아 추리는 데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제비추리'와 혼동하기 쉬운 단어로 '제비초리'가 있다. 사람의 뒤통수나 앞이마에 뾰족이 내민 머리털을 가리키는 것으로 제비의 꼬리같이 생겼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갈비 안쪽에 붙은 고기 중엔 '토시살'도 있는데, 한복을 입을 때 추위를 막기 위해 팔뚝에 끼던 '토시' 모양을 하고 있다.

갈비를 부위별로 자세히 나눈 명칭인 이들 갈매기살(안창고기).제비추리.토시살은 사투리로 생각하기 쉬우나 모두 표준어다.

배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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